이재용 日출장·김상조-총수 회동 '비공개 신중모드' 이유는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9.07.07 14:59

기업인 부각될 경우 긁어부스럼 우려 노출 자제…대책 강구에선 민간 비즈니스 외교라인 총가동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국내 기업 총수들과의 만찬 회동을 위해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대책을 찾기 위해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7일 알려졌다. 반도체 소재 확보에 문제가 생길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사태가 조기수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물밑 해법 모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일본 방문 계획은 지난 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5대 그룹 총수와의 회동을 추진하면서 알려졌다. 이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일본 출장 등을 이유로 5대 그룹 총수 회동에 참석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의 경우 매년 일본의 6월 주주총회 시즌이 끝나면 롯데와 거래가 있는 금융권 투자자들과 정례 회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날까지 이 부회장의 일정과 관련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만큼 직접 나서 해법을 찾는 방안까지 검토하면서도 자칫 긁어부스럼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 노출을 최대한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당초 김 정책실장과 대기업 총수들의 회동 추진을 공개했다가 이날 오전부터 관련 내용을 모두 비공개하기로 한 것도 기업의 이런 사정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를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구매담당 임직원을 일본, 대만 등에 급파해 수출규제 전까지 최대한 물량을 구하려 했지만 추가 확보한 물량이 1주일치 정도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가 수출 절차를 강화한 포토리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모두 일본 의존도가 큰 소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는 감광제 리지스트와 휘어지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재료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90% 이상을,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는 40% 이상을 일본에서 수입했다.


3가지 소재는 특히 품질이 중요해 대체 공급처를 구하더라도 수율 저하 등에 따른 수익성 훼손이 심각할 경우 생산 중단까지 각오해야 한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24시간 가동 체제로 잠시라도 가동을 멈출 경우 제조공정 중이던 제품을 재활용하기가 어려운 데다 재가동 후 일정한 수율(합격품 비율)을 맞추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수백억~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초 정전으로 5분 동안 생산라인을 멈췄을 때 500억원대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공정은 나노(㎚, 1㎚는 10억분의 1m) 단위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번 제조 단계에 들어갔다가 중단된 제품을 다시 나노 단위까지 맞춰 재사용하기가 힘들다"며 "일단 공정이 잠시라도 멈추면 제조공정 단계에 따라 대부분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일본행을 검토한 것은 이처럼 최근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최소 두 차례 일본을 방문했고 올 5월에도 도쿄에서 현지 양대 이동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 KDDI의 경영진을 만났다. 일본 재계 인맥이 두터운 편이다.

지난 4일 방한한 일본 최대 IT·투자업계 기업인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과도 단독면담에 이어 재계 총수들과 단체 면담하면서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일본 게이오기주쿠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아 일본어에도 능통하다.

재계의 한 인사는 "기업인이라면 누구든 이런 상황에서 손 놓고 있을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정부의 대응책과 별도로 민간 부문의 비즈니스 외교라인도 풀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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