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복잡한 청약제도, 시스템보완 시급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 2019.07.05 05:30
"국토교통부에서 청약 제도와 관련해서 준 질의응답 자료만 142페이지에요. 신혼부부에 해당하는 요건만 27페이지인데 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20년간 분양 업무를 맡아온 부동산 마케팅 전문회사 대표의 말이다. 청약 제도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오랫동안 업무를 지속해온 이들도 제대로 숙지하기 어렵다.

1978년 주택 청약 제도가 도입된 이후 40여년 간 가점 항목이나 자격 요건 등 관련 내용은 139번 바뀌었다. 제도와 내용이 자주 바뀌다 보니 현장에서의 혼선은 불가피하다. 가령 1순위 모집에선 아파트가 분양하는 지역에 1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 요건이 신설됐는데, 이중 1개월 이상 외국 한 지역에만 체류하면 당첨이 취소된다. 반면 같은 한달 간 해외에 체류했더라도 두 지역 이상에 머무를 경우 여행으로 간주한다. 거주 요건만 해도 일일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하지 않으면 부적격 여부를 판별하기 어렵다.

복잡한 제도 탓에 부적격 당첨 사례가 늘자 국토부는 주택 청약 업무를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주택 소유 여부, 부양가족 수, 재당첨 여부 등 몇 가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산하 기관인 한국감정원에 마련키로 한 것. 오는 10월까지 이관 작업을 마칠 예정이었으나 이마저도 늦어지면서 분양 최대 성수기인 가을 시즌에 2~3주간 청약 업무가 마비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이 금융결제원이 기존에 사용하던 것이 아닌 별도의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이관이 늦어진 까닭이다. 두 기관의 이해 다툼에 가을 분양을 기다리던 업계와 수요자만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최근 수도권 분양현장에서 나타나는 청약 부적격 사례는 전체 당첨자의 15%이상이다. 부적격자로 판정될 경우, 향후 1년간 청약 자격이 박탈된다. 가점 계산 등을 잘못 기입 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그보다 긴 3~5년간 청약 기회를 잃게 된다. 청약자 본인의 실수라고 할 수 있지만 어려운 청약제도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시스템 탓이 더 크다. 청약 관련 책임을 청약자에게만 지울 것이 아니라 이를 보완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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