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시정할테니 제재 말라" 애플 '동의의결' 신청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 2019.07.04 11:00

애플, EU·미국·일본서도 반독점 조사로 코너 몰려…법위반 판단없이 사건종료 희망, 자진시정 수준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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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의 '갑질'을 사실상 인정하고 불합리한 거래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EU(유럽연합), 일본 등에서도 국내와 유사한 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애플 입장에서 법 위반 판단없이 합의로 마무리되는 것이 유리하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일각에선 공정위 재제가 코앞까지 다가오자 시간을 벌기 위해 꼼수를 냈다는 분석도 있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달 6일 '거래상지위남용행위 등에 대한 사건'과 관련해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동의의결이란 불공정 거래 혐의 사업자가 스스로 소비자 피해구제안과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 위법성 판단을 받지 않은 채 공정위 조사를 마무리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2016년부터 '애플 갑질'을 조사했다. 애플코리아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이동통신사에 광고비 등을 떠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관련 사안에 대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3월 등 총 3차례의 전원회의 심의를 진행했다. 그동안 애플은 "이동통신사에 비해 협상력이 높지 않다"며 거래상지위 남용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혐의를 줄곧 부인하던 애플이 돌연 동의의결 신청을 하게 된 배경엔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독점 조사에 대한 대응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애플은 EU와 미국, 일본 경쟁당국으로부터 반독점 조사를 받고 있다.

애플 입장에선 한국 공정위가 '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린다면 다른 경쟁당국의 결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결국 동의의결을 통해 법 위반에 대한 판단없이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이 최선인 셈이다.

앞서 3차례 이뤄진 전원회의 심의에서 공정위가 내민 증거들이 애플의 예상보다 훨씬 더 큰 타격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당초 무죄 입증을 염두에 두고 심의에 임했지만 이대로 심의가 종료될 경우 거액의 과징금 부과는 물론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에도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동의의결에 나섰을 것이란 얘기다.

반대로 전원회의 분위기가 애플에 크게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 더이상 경쟁당국과 각을 세우기 보단 적정한 수준에서 합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봤을 수도 있다. 이 경우 한국시장에 대한 상생의지를 과시하는 수준에서 자진시정 방안을 마련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공정위는 애플의 동의의결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전원회의를 열 계획이다. 단 김상조 전 공정위원장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이동함에 따라 당분간 위원장이 공석일 수밖에 없어 신임 위원장 선임 때까지 동의의결 결론을 미룰 가능성이 높다. 일단 공정위는 위원장 선임 여부와 관계없이 정해진 일정에 따른 다는 입장이다. 애플의 시간벌기 전략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미기도 하다.

공정위가 동의의결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애플이 제시한 자진시정방안이 법 위반 혐의와 비교해 어느정도 수준의 시장개선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또 법 위반 행위의 중대성, 증거의 명백성 여부 등에 대해 전원회의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도 봐야한다.

그동안 총 13건의 동의의결 신청이 있었다. 이중 롯데쇼핑(2014년12월)과 CJ CGV·CJ E&M(2014년12월), 퀄컴(2016년12월) 현대모비스(2017년11월), LS그룹(2018년6월), 골프존(2018년9월) 등이 신청한 동의의결을 기각했다. 동의의결 기각율은 46.1%에 달한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동의의결을 신청했다는 것이 위법성을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애플입장에선 위법성에 대한 판단없이 사건을 종료하는 것이 소송을 하는 것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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