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연애 폭로, 부끄러움은 왜 여자 몫?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 2019.07.04 06:00

'폭언했다, 술집갔다'…여성 과거 연애사 폭로가 불편한 이유 세가지

왼쪽부터 우창범, 변호사 강용석


그룹 백퍼센트 출신이자 그룹 버뮤다 멤버 U로 활동 중인 우창범이 전 여자친구인 아프리카TV BJ열매의 사생활을 폭로했다. 앞서 송중기·송혜교의 이혼 소식이 알려지자 강용석 변호사도 송혜교의 전 남자친구를 공개했다. 이에 여성의 과거 연애사를 언급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우창범은 지난 2일 아프리카TV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의 생방송에서 전 연인이었던 BJ열매가 BJ케이와 바람을 피워서 헤어졌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연인 관계였다.

이 영상은 열매가 자신과 사귀는 동안에 우창범이 서윤과 바람을 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 제작됐다. 이 영상에는 △열매와 헤어진 이유 △열매의 사생활 및 주고받은 대화 △성관계 동영상 여부 등도 상세하게 공개됐다.

앞서 변호사 강용석도 지난달 27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 '송중기·송혜교·박보검 모든 논란 총정리'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이날 방송에서 강용석은 "총정리하는 김에 송혜교가 만났던 남자들을 정리해 드리겠다"면서 송혜교와 작품을 함께 했던 남자 배우들을 합성한 사진을 공개했다.



◇우창범 "열매가 협박·집착 문자 보내"…도 넘은 사생활 폭로전


/사진=아프리카TV 캡처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여성의 과거에 대한 폭로는 도의적으로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가까운 사이인 연인 관계에서만 알 수 있었던 개인적인 사정을 헤어진 후에 대중에게 폭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많다.

폭로 수준이 심할 경우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도 한다.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가중되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우창범은 영상에서 열매에 대한 사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연인 사이에 한 자세한 대화와 행동을 묘사하고, 헤어진 후 열매에게 받은 문자 내용을 밝혔다. 모두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다.

우창범은 이 영상에서 "(열매는) 새벽만 되면 발신번호 표시제한으로 전화, 문자를 했다"며 "전화는 받지 않아 모르겠으나 문자 내용은 '보고 싶다. 우리 안돼? 니가 내가 그리워질 때쯤엔 내가 없을 거야. 1년 동안 기다릴게' 등의 협박 아닌 협박과 집착의 문자였다"고 말했다. 또 "어느 날 3일 정도 연락도 안 되고 집에 가봐도 돌아오지 않던 그분이 돌아와서 제게 "모 BJ 집에 있다가 왔다. 미안하다. 잘못했다"고 말했다"며 "저는 더 이상은 용서할 수 없어 헤어지자고 했다"고 했다.


강용석도 송혜교의 사생활과 관련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루머를 사실처럼 얘기했다.



◇'부모님에게 폭언·술집에 출근'…해명보다 비난에 가까워


/사진=이미지투데이


폭로의 목적도 불순하다. 우창범의 폭로를 보면, 단순히 상대방의 주장이 사실과 달라 억울함을 해명하는 수준의 내용이 아니다. 여성의 '이미지 타격', 즉 열매가 비난을 받게 하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엿보인다.

우창범은 영상에서 "(열매에게) 집을 뺀 사실을 말하자 왜 멀쩡한 너의 집을 빼고 여기 있냐는 식으로 말했다"며 "술에 취해 우리 부모님한테까지 전화를 해서 부모님께 '거지시냐'면서 '왜 아들 집 뺀다는데 아무 말 하지 않았냐'고 부모님께 폭언을 했다"고 말했다. 또 "(열매가) 어떠한 일로 인해 방송할 수 없게 되자 술집에 출근하겠다며 생활비를 지원해줄 것 아니면 이해하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밝혔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각종 커뮤니티에서 종종 이뤄지는 전 여자친구에 대한 발옿도 이와 비슷하다. 문제를 해결하거나 억울함을 알리려고 하기보다는, "같이 욕해달라"며 전 여자친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려는 목적을 가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성은 성희롱의 대상, 남성은 부러움의 대상


/사진=이미지투데이
과거 연애사 폭로는 여성이 무조건 피해를 보는 구조라는 점에서 더 문제가 된다. 일단 여성이 과거에 했던 대화나 행동이 공개되면, 대중들은 사생활을 두고 옳고 그름을 따지며 재판을 시작한다. 심지어 성관계 등 성적인 내용을 담은 이야기가 나올 경우 사회적으로 위축되는 것은 여성일 수밖에 없다. 이번 논란으로도 열매에 대한 몸매 평가 등 성희롱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인 남성은 오히려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일부 누리꾼들은 "우창범은 좋겠다, 부럽다"는 취지의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특히 우창범과 열매는 '정준영 단톡방 동영상 유포' 여부를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우창범은 "(열매와) 영상을 서로 공유한 것, 그 부분 자체도 제게 잘못이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면서도 "영상을 공유한 적이 없다고 계속 아니라고 우기시거나 당당하게 그 자료를 공개해도 된다고 하시면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본질과 상관없이 성관계 영상이 있다는 것을 밝히고, 그것을 근거로 열매를 협박한 셈이다.

강용석이 송혜교 과거에 대한 발언을 했을 때도 "결혼 전 연애사를 자세하게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혼한다는 소식과 상관없는 과거 연애사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여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프레임을 씌울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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