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연상"... 나이키 '성조기 운동화' 또 구설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 2019.07.03 16:20

18세기 성조기 문양 "노예제 연상" 여론에 나이키 제품 철회하자, 정치권 갑론을박

나이키의 벳시 로스 성조기 문양이 그려진 운동화. /사진=로이터

나이키가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내놓으려던 18세기 성조기 문양의 운동화가 미국 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나이키는 미국의 초창기 성조기인 '벳시 로스기(betsy ross flag)'가 그려진 운동화를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운동화에 그려진 벳시 로스기가 백인 우월주의와 노예제를 연상시킨다는 비난 여론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 논란은 전 미국프로풋볼(NFL) 스타였던 콜린 캐퍼닉의 문제제기로 시작됐다. 흑인 선수 출신으로 현재는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벳시 로스기가 미국 독립 초기 13개주의 노예제를 연상시킨다며 "불쾌하다"는 의견을 나이키에 전달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도 이 같은 글을 남겼고 여러 누리꾼들도 비슷한 의견을 남겼다. 나이키는 별 다른 설명없이 이번 주 초 판매를 계획 중이던 해당 제품을 모두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키의 제품 회수 여부와 무관하게 미 정치계에서는 갑론을박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나이키가 미국의 정치적 유산을 부끄럽게 여겼다는 것이다. 공화당 소속의 더그 듀시 애리조나주 주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오늘 나이키 애리주나주 공장 설립에 지원되던 모든 인센티브를 철회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애리조나주 경제는 나이키 없이도 잘 돌아간다. 우리나라 역사를 의식적으로 폄하하는 기업에 잘 보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나이키에게는 여러 모로 악재가 겹친 상황이 됐다. 앞서 나이키는 애리조나주 굿이어 지역에 1억8450만달러(약 2160억원)을 들여 생산 공장을 지을 계획이었다. 여기에서 최소 500명을 고용이 창출돼 애리조나주는 나이키를 위해 100만달러를 지원해주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벳시 로스기' 운동화 출시 철회 때문에 나이키는 이 모든 지원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공화당 다른 정치인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친트럼프 성향의 공화당 정치인 허먼 케인은 "콜린 캐퍼닉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미국에서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제품 출시를 철회한 나이키를 비난했다.

비슷한 상황은 지난 2016년에도 있었다. 캐퍼닉은 8월 NFL 경기 직전 미국 국가가 연주될 때 인종 차별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일어서지 않고 무릎을 꿇고 앉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후 캐퍼닉이 나이키 30주년 광고모델이 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및 공화당 지지자들이 이를 거세게 비판하면서 나이키 불매운동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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