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BTS와 초등학교 영어교육

머니투데이 민덕기 한국초등영어교육학회장(청주교대 영어교육과 교수)  | 2019.07.05 05:30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사랑받는 방탄소년단(BTS)의 연간 경제 효과는 5조5000억원에 달한다. 많은 이들이 그룹 리더 RM이 지난해 9월 유엔본부에서 유창하게 영어로 연설하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건 RM의 영어실력이 외국 유학 없이 국내에서 미국 시트콤의 집중적인 시청을 통해 얻은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영어교육학 분야에서 규정한 '성공적인 외국어 학습자'의 특성을 고루 갖췄다.

성공적인 외국어 학습자의 특성은 영어학습의 대상·시간·장소를 스스로 결정해 실천하는 '자기 주도성', 영어의 차별적 특성을 스스로 탐색·분류·기억하는 '창의성',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함'이다. 그러나 이런 특성을 모든 학습자가 고루 갖추고 있는 건 아니어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번에 교육부에서 발표한 '초등학교 영어교육 내실화 계획'은 성공적 외국어 학습자를 길러내기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으로 볼 수 있다. 이번 계획은 △영어 교육격차 완화 △미래 핵심역량을 키우는 영어수업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맞춤형 콘텐츠 제공 △초등교사 전문성 제고 등 4가지 핵심 과제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인공지능과 학생 간 1대1 영어말하기 시스템 개발은 그간 학교 영어수업에서 부족했던 말하기 부분을 보충할 수 있는 획기적인 교수학습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학생의 수준을 진단해 단어, 문장, 대화 연습을 제공하고 학습의 흥미와 수준에 맞는 다양한 영어 학습 콘텐츠를 추천해 줄 수 있다. 또 학부모나 교사에게 학생의 학습상황이 통보돼 적절한 피드백도 할 수 있게 된다.

RM이 미국 시트콤을 보고 영어를 배운 것처럼 성공적인 학습자가 되기 위해서 학생 주변에 관심이 가고 재미있는 영어 학습 자료나 미디어 콘텐츠가 많아야 한다. 내실화 계획에는 영어노출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영어놀이터' 프로그램과 온라인 영어독서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다.

초등학교부터 독해 교육이냐는 지적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균형 잡힌 언어교육을 위해 책 읽기 만한 프로그램이 없다. 초등교사의 교수능력을 높이는 연수 신설이나 주제 확대를 통해 모든 학교에서 영어교수능력이 우수한 선생님에게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담겼다.


작년부터 초등영어 교과 전공자와 교사, 지역의 영어 담당 장학사, 교감, 교장들의 집중적이고 진지한 자유 토론, 정책연구, 요구조사 등을 거쳐 만들어 낸 집단 지성의 산물로 볼 수 있다.

필자 역시 '학교 영어교육 내실화 추진 자문단'의 한 사람으로 이번 계획 수립에 참여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이해당사자도 많고 할 말도 많고, 자신만의 영어 비법도 많다.

그러나 내실화 계획 수립에 참여했던 다수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즐거운 영어 학습 경험을 줄 수 있는가였다. 교내외 영어캠프, 수준과 주제가 다양한 영어콘텐츠, 영어독서, 영어놀이터 프로그램 등도 이런 고민에서 나왔다.

BTS의 곡 가운데 '페르소나'가 있다. 페르소나의 어원은 사회적 활동을 위해 '드러난 인물'이란 뜻이다. 영어가 글로벌 사회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페르소나가 아닐까 싶다. 영어로 말할 수 있는 페르소나는 현재도, 미래에도 큰 힘을 발휘할 것이며 이에 따라 영어교육의 필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아침부터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교실에서 모국어와 영어 사용의 기회를 더 늘리고 모국어와 함께 영어를 실제적이며 활동중심의 살아있는 영어교육을 통해 즐겁게 사용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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