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와 인도-태평양 전략, G2 사이 韓 공간찾기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 2019.07.01 14:09

[the300]

【파주=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경기 파주 캠프 보니파스 북쪽의 최북단 '오울렛 초소'를 찾아 북한 지역을 관망하고 있다. 2019.06.30. pak7130@newsis.com

중국에는 화웨이, 미국에는 인도-태평양 전략.

문재인 대통령이 '균형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 속에 한미동맹-한중공조 동시 추진으로 한반도 평화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개방·포용·투명성이라는 역내협력 원칙에 따라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조화롭게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우리 두 정상은 교역 및 투자 확대 모멘텀의 가속화로 한미동맹을 호혜적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며 "지역에서 한미 양국은 동맹국으로 협력할 것이다. 아시아태평양은 양국의 평화유지에 핵심적인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참여를 요구해온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해 우리측이 전향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그동안 정부에는 '인도-태평양 전략'이 일본이 물밑에서 주도하고 있는 대중봉쇄 전략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일본과 협력관계지만 우리 입장에서 섣불리 참여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2017년 11월 문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해 "처음 듣는 제안이었다"며 "한미 동맹을 인도‧태평양 협력의 어떤 축으로 말했기 때문에 그 취지를 정확하게 알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우리의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고 언급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을 계기로 상황은 반전됐다. G2(미국·중국) 간 무역전쟁 이후 '우리편 줄세우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요구에 끝까지 주저하는 모습은 보일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앞두고 '공고한 한미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이 중국을 홀대하진 않았다. 미국의 반(反)화웨이 전선 동참 요구에는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한국의 화웨이 5G(세대) 네트워크 인프라)사용 비중이 10% 미만에 불과하고, 군사안보통신망과는 확실하게 분리돼 있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일본 오사카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계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화웨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대해 "원만히 해결되길 희망한다"며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1·2위 교역국으로 모두 중요하다. 한 나라를 선택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혈맹인 미국과, 교역 1위인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계산으로 분석된다. 먼저 만난 시 주석에게 '화웨이 메시지'를 던진 문 대통령이,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인도-태평양 전략'을 선물로 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국을 '확실한 우리편'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미국과, 최소한 '적'으로 마주하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중국 사이에서 충분히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G2 모두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안보·경제적 이득을 챙기겠다는 구상에 가깝다.

한국의 최우선 과제인 북한의 비핵화 추진에 있어서도 G2 모두의 영향력이 필요하다. 미국은 북한의 협상 상대국이고, 중국은 북한의 후견국이다. 어느 한 쪽과 척을 지고 소홀해진다면 비핵화 협상 중재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과 한중공조 모두를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여권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어느 한 곳을 선택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중간에서 최대한 공간을 확대하며 실익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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