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개편 '불똥'에 年1조원 주택용 전기료 할인 전면 개편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권혜민 기자 | 2019.07.01 13:44

한전 이사회, '전기료 정상화' 개편안 추가 의결… 필수사용량공제 폐지·장애인 등 복지할인 분리 추진

정부와 한국전력이 연간 약 1조원 규모의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제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전기사용량이 적은 가구에 전기요금을 할인해 주는 필수사용량보장공제를 폐지하고, 장애인·기초수급 가구 등 취약계층에 대한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에너지복지 정책으로 분리해 정부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여름철 1629만 가구 전기요금을 월평균 1만원 할인해 주기 위해 시작한 누진제 개편 논의가 ‘전기요금 체계 정상화’의 도화선이 됐다.

한전은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의결과 함께 필수사용량보장공제를 폐지·보완하고 전기요금과 에너지복지를 분리하는 내용의 추가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의결했다”고 1일 공시했다.

추가 개편안 의결은 당초 계획에 없었으나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추가 적자가 불가피하고 이사진의 배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전격적으로 반영됐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 이사회에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개편안 의결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며 “사외이사 다수가 정부의 구체적인 적자 보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고 이를 반영해 추가 개편안을 의결했다”고 말했다.

한전 이사회도 추가 개편안 의결 배경에 대해 “여름철 주택용 누진제 개편에 따른 회사 재무적 손실을 보전해 제무부담이 지속되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합리적 요금체계를 실현하며, 전기요금 개편 방향에 대한 투자자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추가 개편안 핵심은 필수사용량보장공제를 폐지하거나 보완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정부가 2016년 12월 주택용 누진제를 개편하면서 각 가구가 전기요금 인상 없이 에어컨 등 필수가전제품을 사용하게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월전기사용량이 200kW 이하(월전기요금 최고 1만9000원)인 가구에 최대 4000원 할인 혜택을 준다.

하지만 막상 제도 시행에 들어가자 고소득 1인 가구에게 요금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비정상적 사례가 빈번히 확인됐다. 지원대상 기준을 전기사용량만으로 했기 때문이다. 요금감면 대상 958만 가구 가운데 실제 지원이 필요한 취약계층은 2%에도 채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연봉이 2억원이 넘는 김종갑 한전 사장이 “나도 일반가구로 월 4000원 필수공제 보조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해 논란이 됐다. 필수사용량보장공제의 지난해 할인총액은 958만 가구, 3964억원이다. 7~8월 누진제 완화에 따른 할인총액 전망치 2874억원보다 많다.


한전은 올해 하반기에 소득과 전기사용량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한 뒤 이를 기반으로 오는 11월 말까지 주택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마련해 내년 상반기까지 정부 인가 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이 내년 상반기까지 개편안을 마련해 인가를 신청하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최종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제도에 전반에 대한 개편도 추진한다. 지금까지 장애인, 기초수급자, 출산가구, 사회복지시설 등 취약계층에 대한 전기요금 지원은 한전이 자체적 요금 감면으로 맡아왔는데 이를 전기요금 체계와 분리, 정부가 에너지복지 차원에서 재정으로 부담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기준 전기요금 복지할인 총액은 △장애인 1311억원 △기초수급 1257억원 △3자녀 938억원 △사회복지 896억원 △출산 469억원 △대가족 415억원 △차상위 204억원 △생명유지 22억원 △유공자 17억원 △독립유공 11억원 등 총 5540억원이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요금과 에너지복지를 분리하고 복지에 대해서는 요금체계 밖에서 별도로 시행하는 문제 등에 대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실행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 교수는 “왜곡된 전기요금 체계 전반을 정상화하는 대신 저소득, 차상위 계층은 요금할인이 아니라 에너지바우처 등 정부 복지정책 틀 안에서로 돕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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