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일본 기업, 강제징용 피해자에 배상" 판결 이후…커진 한일 갈등

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 2019.07.02 11:38

[the L]일본 정부, 중재위 설치 요구 이어 1일 경제 보복 조치 감행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 생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가 지난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뉴스1

한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을 강제로 끌고가 노역을 시킨 일본 기업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이후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제는 급기야 경제 제재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10월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이춘식씨 등 4명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옛 일본제철)을 상대로 각 1억원씩을 배상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소송 제기 13년여 만에 내려진 대법원 판단이었다.

◇ 한국 "대법원 판결 존중" vs 일본 "중재위 설치"…좁혀지지 않는 입장


일본은 즉각 반발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판결은 국제법에 비춰 있을 수 없는 판단"이라며 일본 주재 한국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일본 측은 지난 1월 한일 청구권협정상 분쟁 해결 절차인 '외교적 협의'를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에 응하지 않았고, 일본 정부는 지난 5월20일 제3국이 참여하는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청했다.

중재위 개최 요구는 '한일청구권협정 해석·이행 과정에서 분쟁이 생겼을 땐 양국 간 협의를 진행하거나 제3국 참여 중재위를 구성토록' 한 청구권협정 제3조를 근거로 한 것이다. 3조 2항은 중재위 설치 요청에 대해 상대국은 30일 이내에 중재위원을 임명토록 했다. 또한 3항은 이 기간 내에 중재위원이 임명되지 않았을 경우 제 3국이 중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해당 조항은 강제 사항이 아니어서 한쪽에서 거부하면 중재위 설치는 이뤄질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의 중재위 개최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 배상판결 논의를 위한 중재위원회 개최 응답시한이었던 18일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기본 입장 하에서 피해자 고통과 상처의 실질적 치유 그리고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 필요성 등을 고려해 관련 사안을 신중하게 다뤄오고 있다"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지난 3월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과의 면담을 위해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사진-뉴스1


◇ 더 깊어지는 갈등의 골…이제는 '경제 보복'까지



상황은 더 나빠졌다. 최근 일본 정부는 방위계획대강을 발표하며 한국을 안보협력 대상국 2위에서 5위로 변경했다. 지난달 28~29일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선 한-일 정상회담이 불발됐다.

급기야 1일 일본 정부는 다음달부터 디스플레이·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강제징용 문제로 인해 경색된 한일 관계에서 가장 큰 우려로 꼽혔던 한국 업체에 대한 경제 제재가 현실화된 것이다.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플루오린폴리이미드 △레지스터 △에칭가스 등 3개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한다고 보도했다.

또 일본 정부는 첨단 소재 등의 수출에 대한 수출 허가 신청이 면제되는 외환 우대 제도인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7월 1일부터 약 한 달간 이에 대한 공청회를 실시해 의견을 수렴하고, 8월 1일부터 제외조치를 발효한다는 목표다. 최근 디스플레이·반도체 업계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일본 정부의 필수 소재 수출 규제까지 현실화될 경우 '엎친데 덮친격'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법원에선 "일본 전범기업,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판결 우르르


한편 한국 법원에서는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전범기업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대법원 판결 이후 그 판결 취지에 맞는 하급심 판단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김용빈)는 곽모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7명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신일철주금이 1인당 1억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달 27일에도 강제징용 피해자 홍모씨 등 14명과 그 가족들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1심에 이어 2심도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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