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베이징 시내 한국기업 광고판 또 강제 철거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 2019.07.01 10:54

지난해 7월에 이어 두번째…보상 협상 진행 중인 가운데 다시 기습 철거…"기업 권리 보장 않는 일방적 행태"

베이징 시내 창안제 거리 전경/사진=바이두 캡처.

한국기업이 소유 관리하던 베이징 시내의 광고판이 사전 통보나 보상 약속 없이 시 당국에 의해 강제 철거되는 일이 다시 벌어졌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이후 부쩍 '시장 친화적이고 국제화한 기업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합법적인 기업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일방적인 행정 행태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1일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베이징시 산하 공기업이 동원한 300~400여 명의 철거반이 29일 오후 10시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대형 크레인과 용접기 등을 동원해 창안제(長安街) 동서쪽에 남아 있던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광고판 겸 버스정류장 120여 개를 모두 철거했다. 베이징시는 앞서 지난해 7월에도 1차로 창안제 중심부에 있던 70여 개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광고판을 강제 철거한 바 있다.

이 광고판들은 한국 업체 IMS가 2025년까지 운용할 수 있도록 해당 베이징시 공기업과 계약을 맺고 있다. 지난 1차 철거 이후 IMS는 손해 보상 문제를 놓고 이 공기업과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결론이 나기도 전에 다시 예고 없이 남은 광고판을 완전 철거한 것이다. 철거 이유는 시내 '경관 업그레이드' 차원으로 짐작되고 있으나 명확한 설명도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해당 광고판은 버스 정류장을 겸한 시설로 한중 수교 20주년이던 지난 2012년부터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광고를 실어왔다. 지난 2015년에는 베이징시가 "중국의 항일 전승 70주년 퍼레이드에 맞춰 광고판을 업그레이드 해달라"고 요구해, IMS 측이 수십억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기도 했다. 당시 베이징 당국은 2017년 말 종료 예정이던 광고 계약도 2025년 12월까지로 연장했다. 이번 강제 철거로 IMS측은 광고 중단으로 인한 광고주 배상 등을 포함해 수백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중심 거리인 창안제는 그동안 한국 대표 브랜드를 홍보하는 역할을 했다.


다만 삼성전자, 현대차와 IMS와의 계약 관계는 지난 2017년 만료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당 광고회사와 현대차 등의 광고 계약은 지난 2017년에 만료가 된 것으로 안다"면서 "IMS측이 필요에 따라 광고를 계속 게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20일 19개 글로벌 기업 CEO들을 만나 "시장 친화적이고 국제화한 기업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도 최근 오사카 G20 정상회의 연설에서 "시장 추가 개방, 수입 자발적 확대, 기업 경영 환경 개선, 전면적 평등 대우, 대대적인 경제 무역 협상 추진" 등을 약속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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