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 얘기하는 조합원이 많다고는 하는데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생각을 더 해봐야지. 그동안 제도가 또 어찌 변할지 모르고…”(서울 반포 A재건축조합 관계자)
분양가 규제가 보다 강화되면서 재건축·재개발 조합을 비롯해 건설업계의 혼란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후분양으로도 분양가 통제를 비껴갈 수 없다. 분양을 앞둔 서울 강남 재건축 조합엔 비상이 걸렸다.
현재 아파트 선분양 시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이 필요해 이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분양가 통제를 받게 된다. 일부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은 HUG의 분양가 통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을 고심했으나, 이 역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선 무용지물이다.
특히, 국토부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대상(정비사업 기준)을 기존의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 단지에서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는 단지'로 바꾸는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입주자 모집공고는 보통 일반분양 직전에 이뤄지는데 적용대상 기준을 바꾸면 일반분양을 준비 중인 모든 단지가 분양가 상한제 사정권에 들어가게 된다.
지난 5월 분양을 하려다 후분양으로 돌아선 서울 삼성동 상아2차가 대표적이다. HUG와 조합은 3.3㎡당 평균분양가로 각각 4500만원대, 6500만원대를 제시했다. 무려 2000만원의 차이다. 조합은 HUG의 분양가 통제를 피해 후분양으로 돌아섰으나 다시 분양가 통제를 받을 상황에 놓였다.
분양가 통제가 강화되면 정책변경 등을 기대하며 자연스레 분양을 미루는 단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강남 일부 단지들 뿐 아니라 사업성이 떨어지는 재건축 단지들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금융비 확대와 사업성 위축의 기로에서 아예 사업을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 정비사업이 신규 아파트 공급분의 대부분인 서울은 사업 지연과 중단이 공급위축을 불러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택 수요자의 불안감도 크다. HUG의 분양가 심사 강화 전 마지막 강남 분양단지로 꼽히는 ‘서초그랑자이’의 1순위 청약을 마감한 결과 174가구 모집에 7418건이 청약해 평균 청약경쟁률 42.63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강남 분양단지 중 최고 경쟁률(41.69대 1)을 기록했던 '래미안리더스원'을 웃돈다. 한 청약자는 “강남 분양이 기약없이 미뤄질 것 같아 입지 등을 따지지 않고 이번에는 무조건 청약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의 고민도 상당하다. 재건축·재개발 사업 지체가 건설사들의 수익구조에 직접적 타격을 입힐 수 있어서다. 특히 중소 건설사들 대부분 대출로 건설 비용을 충당하는데, 공사 일정이 지연되고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제대로 융통하지 못하면 사업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분양가를 강하게 통제하면 자금력이 약한 중견 건설사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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