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년만에 다시 꺼낸 '땡큐 화법'…재계 대미투자 확대 고심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이건희 기자, 안정준 기자 | 2019.06.30 15:48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기업 총수 간담회서 "지금이 투자적기"…총수 한명씩 일으켜세우며 추가투자 독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년 만에 다시 국내 대기업을 향해 '땡큐 화법'을 꺼내 들었다. 30일 오전 숙소인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로 미국에 투자한 국내 대기업 총수들을 따로 불러낸 자리에서다. 사실상 대미 추가투자를 독려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 "땡큐 삼성"에서 "땡큐 롯데"로 =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내 대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미국에 투자해준 한국 기업들, 그것을 이끌어준 대기업의 총수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들 기업이 미국에 많이 투자했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직접 거명, 손을 맞잡는 모습을 보인 뒤 "3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신 회장은 지난달 롯데케미칼의 미국 루이지애나주 에탄크래커공장 준공식 참석차 방미했다가 백악관 초청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앞자리에 앉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을 차례로 일으켜세워 "훌륭한 리더가 자리에 함께했다"며 "다시 한 번 미국에 투자해준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보다 (대미) 투자를 확대하기에 적절한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기업들을 필두로 한국 기업이 투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 어르고 달래고…투자 압박 화법 = 트럼트 대통령의 '땡큐 화법'은 사업가 시절부터 다져진 전형적인 비즈니스 화술이다. 상대방을 치켜세우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식이다.

대통령 당선 직후였던 2017년 1월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땡큐 삼성,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고 쓰면서 국내 재계에 대미투자 고민을 불러일으켰다. 같은 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잇따라 미국 현지 가전공장 설립을 발표한 게 이와 무관치 않다. 재계에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화려한 찬사' 이면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간담회에 초대된 대기업 명단에서도 이런 의도가 확인된다. 백악관과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등 미국 단독 주관으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재계 5위 그룹 외에 CJ, 농심, 동원, SPC, 신세계 등이 초청됐다. 모두 미국 현지에 진출해 생산공장을 설립했거나 투자를 예정한 업체다.

CJ그룹에선 CJ제일제당이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욕에 이어 지난해 뉴저지에 만두 공장을 세웠다. 농심은 2005년 라스베이거스에 라면공장을 세운 뒤 현재 제2공장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동원그룹은 미국 캔참치 시장점유율 1위업체 스타키스트를 2008년 인수해 경영하고 있고 SPC그룹은 미국 현지 가맹사업을 운영하며 일자리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대기업 총수와의 회동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YTN 화면) /뉴스1
◇ 롯데·CJ 투자확대 의욕…삼성·SK도 고민 = 트럼프 대통령의 '청구서'는 이번에도 기업들의 대미 추가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롯데와 CJ그룹은 이날 당장 투자 확대를 시사했다.

신동빈 회장은 간담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추가적인 대미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31억달러를 투입한 롯데케미칼의 루이지애나주 공장 준공에 이어 추가 생산을 위한 증설과 미 동부지역 리조트 사업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간담회가 끝난 뒤 "미국 식품·유통사업에 추가로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며 "미 동·서부지역에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감사의 뜻을 표한 기업 가운데 SK그룹도 추가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11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2022년 양산을 목표로 건설 중인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공장 투자 규모를 최대 50억달러(약 5조7500억원)로 늘릴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현재까지 공장 건설에 투자된 자금은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 수준이다.

내년까지 미국 텍사스 반도체공장에 15억달러를 추가 투자하는 삼성전자도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화웨이의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를 도입하는 바람에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LG그룹 역시 고민이 크다. LG그룹에선 이날 구광모 회장 대신 권영수 부회장이 간담회에 참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총수들을 '소집'한 마당에 어느 정도 화답해야지 않겠냐는 분위기"라며 "전반적인 경영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미투자 여력이 얼마나 있을지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기 때문에 골치가 아프게 됐다"고 말했다.

◇ 반화웨이 동참 요구 없어…안도 한숨 = 재계에서 가장 우려했던 반(反)화웨이 동참 요구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전날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무역협상 재개 합의가 이뤄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한결 짐을 덜게 됐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중 무역협상이 정상궤도로 복귀했다"며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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