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협상 재개 극적 합의, 최악은 피했지만…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 2019.06.30 13:23

핵심 쟁점 진전 없이 휴전-협상 재개, 버티기 장기화 가능성…내년 미 대선 주요 변수로

(로이터=뉴스1) 포토공용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19.6.29/뉴스1 © 로이터=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협상 재개 선언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협상 없는 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하지만 핵심 쟁점들에 대한 이견이 좁혀졌다는 징후가 없어 향후 협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강공 일변도로 중국을 압박하던 미국이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는 등 미중간 대결이 이미 내년 11월로 예정된 미 대선 영향권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핵심 쟁점 진전 없이 휴전-협상 재개= 30일 외신 등에 따르면 전날 협상 재개를 선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중국산 수입품 3250억 달러 어치에 부과하려던 추가 관세를 보류하고, 중국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재제 철회에 대해서도 일부 해제 가능성을 내비쳤다. 대신 중국은 미국 농산물을 구매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했다. 물밑 거래가 더 있었을 수 있지만 표면적인 것만 보면 양측의 실질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기 보다는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성격이 강해 보인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초 협상이 결렬된 핵심 쟁점인 합의 후 미국이 부과한 관세 유지 여부, 중국의 법률 개정 목록 합의문 명시, 중국의 미국 상품 구매 규모 등에 대한 이견이 좁혀졌다는 발표 내용은 없다. 화웨이 제재 완화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파괴력이 있지만 실제로 이뤄질지, 어느정도 수준에서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화웨이와 거래를 다시 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중국 측 요청에 쉽게 동의했다면서도 "매우 복잡한 상황으로 이 문제는 끝까지 남겨둘 것이다. 무역협상의 진전을 보자"고 말했다.

핵심 쟁점의 간극이 여전한 가운데 양측이 다시 테이블에 앉는 것은 더이상 격돌이 격화되는 것에 대해 양측 모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미 중국산 수입품 2500억 달러 어치에 25%의 추가관세를 물리고 있는 미국은 사실상 남은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적용될 추가 관세 부과 절차가 진행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당초 25%를 언급했던 추과 관세율을 10%로 조정하기도 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 등 새로운 보복 카드를 꺼내 보이고, '결사 항전'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중국도 경제 상황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의 고율 관세로 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의 공업이익은 올들어 5월까지 전년대비 2.3%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전년대비 16.5% 증가에서 크게 떨어진 것이다.

【오사카(일본)=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 2번째)이 29일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2번째)과 양국 대표단과 함께 정상회담을 열고 있다. 2019.6.29

◇양측 입장 확고…험난한 협상 예고= 협상 재개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타협 여지는 크지 않은 실정이다. 각자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유연한 대응도 어려운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중국측 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는 협상이 결렬됐던 지난 5월10일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고율 관세 전면 철폐, 중국의 실제 수요에 기반한 미국 상품 구매 확대, 국가의 존엄을 보장하는 균형 있는 합의를 향후 합의 타결의 세가지 원칙으로 제시했다. 중국 인민들로부터 절대적인 권위를 인정 받아야하는 지도부로서도 '굴욕적인 협상'으로 비칠 수 있는 합의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시 주석도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주권과 존엄 문제에 있어 중국은 반드시 자국 핵심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면서 "중미 간의 갈등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하고 모두 다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마국 입장에서도 어정쩡한 합의는 중국의 부상을 통제하기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서구 사회에 비해 불투명한 중국의 정치, 사회 시스템 상 합의의 허점을 활용해 중국이 기존의 불공정 관행 개선을 늦출 경우 대응이 쉽지 않다. 미국이 합의 이행 담보로서 관세 유지, 법률 개정 목록 명시 등 확실한 담보 장치들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민주당 등 야권도 대 중국 정책에 있어선 트럼프 대통령 못지 않게 강성이다. 섣부른 합의에 대한 정치적 역풍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양측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자제하면서 자신의 입장은 굽히지 않는 '버티기 국면'이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변화무쌍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상 언제 다시 강공 모드로 돌변할지도 알 수 없다.

◇내년 미 대선, 미중 무역전쟁 지배하나 =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달린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는 것도 큰 변수다. 지지율이 부진하다거나 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이란, 북핵 등 굵힌 한 외교 이슈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급해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으로선 그런 국면을 최대한 기대하면서 미국의 요구를 쉽사리 들어주지 않으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이미 중국에 비해 훨씬 많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은 자신들 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정상회담 후 게재한 기사에서 미국은 앞으로 수개월 아마도 수년간 중국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광범위하게 유지하려 할 수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은 최소한 공급망의 최종 단계라도 중국 밖으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미 부과된 기존 관세만으로도 글로벌 기업들의 제조 기지로서의 중국의 위상이 추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회담 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2020년 4월전까지 트럼프의 지지율과 민주당의 대선주자의 경선결과와 지지율을 예의 주시해 봐야 할 것 같다"면서 "중국의 협상태도는 트럼프의 지지율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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