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비 月 300만원, 잘하기나 하면…"[체헐리즘 뒷이야기]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19.06.29 06:00

못 담은 환자·보호자들 이야기…간병비에 등골 휘고, 성의 없는 간병에 '속수무책'

편집자주 | 지난해 여름부터 '남기자의 체헐리즘(체험+저널리즘)'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뭐든 직접 해봐야 안다며, 공감(共感)으로 서로를 잇겠다며 시작한 기획 기사입니다.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자식 같은 기사들이 나갔습니다. 꾹꾹 담은 맘을 독자들이 알아줄 땐 설레기도 했고, 소외된 이에게 200여통이 넘는 메일이 쏟아질 땐 울었습니다. 여전히 숙제도 많습니다. 그래서 차마 못 다한 이야기들을 풀고자 합니다. 한 주는 '체헐리즘' 기사로, 또 다른 한 주는 '뒷이야기'로 찾아갑니다. 

간병 체험 때 찍은, 병실서 발견한 종이컵. 아픈 이들과, 그들을 돌보느라 힘든 모든 보호자들을 위해 기사에 넣는다./사진=남형도 기자

"엄마가 암으로 입원하셨거든요. 한 달 간병비만 290만원씩 깨졌어요."


그 3개월이, 아들 A씨(45)에겐 아찔한 시간이었다. 쓰러진 모친을 보며 전전긍긍하던 것도 잠시. 수술이 끝난 뒤 돌아온 건, 그보다 더한 현실이었다. 간병비에 병원비까지 월 400만원에 달하는 돈을, A씨가 거의 다 부담해야 했다. 그에겐 동생이 있었지만 도와달라 얘기할 형편이 안 됐다.

모아둔 돈을 절반 정도 털어쓸 때쯤 다행히 퇴원하게 됐다. 그 때를 회상하며 그는 "엄마가 퇴원한 것보다, 조마조마한 지옥(地獄)에서 벗어난 게 더 기뻤다"고 했다. 그런 맘을 스스로 알아챈 뒤, 엄마 얼굴을 보니 참 슬펐단다.

맘 속에 품은, 그렇지만 차마 못했던 말이 많은 듯 했다. 환자 '보호자' 얘기다. 간병인 힘듦을 헤아렸던 체험 기사(22일자, 남기자의 체헐리즘 '치매 할머니 잠들자, 간병인은 비로소 울었다' 참조)엔, 그들 이야기가 더 많이 쏟아졌다. 22일 새벽, 기사가 나간 뒤 댓글을 빠짐 없이 꼼꼼히 읽었다. 아픈 가족들에 한 번, 경제적 부담에 두 번, 간병 서비스에 세 번 무너진다 했다. 주저 앉아도 손 내밀 곳은 없었단다.

원고지 60매가 넘는 지난주 기사엔 이런 얘길 충분히 못 담았던 터. 후기엔 꼭 쓰리라 맘 먹고 일주일을 기다렸다. 그러는 동안 세상에 나온 보호자들 이야기를 곱씹어서 봤다. 그들에게 길었던 시간들이, 내게도 그리 느껴졌다.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간병비 부담이 제일 크단다. 보호자 B씨는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진 뒤, 7개월째 병원 입원 중이다. 간병인을 쓰다가 부담 때문에 포기했다. 현재는 보호자가 직접 간병하고 있다. 간병비는 부르는 게 값. 그는 "석션(혼합 가스나 공기 등을 빨아들이는 것)하고, 기저귀 차고, 섬망(초조함, 떨림 등이 자주 나타남) 있다고 하면 하루 12만원, 한국인 간병인은 돈 더 추가된다"고 했다. 그렇게 한 달 300~400만원이 우습게 깨진단다.

보호자 C씨는 부친이 뇌출혈, 편마비, 경미한 치매로 간병인이 필요한 상황. 요양병원은 공동 간병인 체계로 병원비 130만원이 든단다. 최근엔 폐렴으로 대학병원에 갔더니 1인 간병비가 하루 13만원이라고. 거기서 별도로 더 챙겨주는 금액도 있다고. 그는 "보호자 입장에서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닌데, 그만큼 간절하게 믿고 맡기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돈 문제만 다가 아니라 했다. 좋은 간병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란다. 운 나쁘면 질 낮은, 간병 서비스 얘기다.

보호자 D씨는 "1인 간병인만 8명 정도 써봤지만, 그 중 진실하게 대한 건 한 분 밖에 안 된다"며 "치매 환자라고 막 다루고, 보호자 없으면 괴롭히고, 어떤 간병인은 때리기까지 했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트라우마'까지 생겼다고. D씨는 "정말 많이 울고, 사정도 얘기하고, 부탁도 했지만, 보호자 앞에서만 잘하고 뒤돌아서면 달랐다"며 "진심으로 환자 위해주는 간병인들에겐 감사하지만, 그들의 마음가짐을 교육시키고 면허를 아웃시키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했다.

보호자 E씨는 "얼마 전 입원했는데, 간병인들이 할머니들에게 '자기 전에 화장실 안 가고, 새벽에 꼭 일어나서 간다'며 어찌나 신경질을 부리던지 맘이 안 좋았다"며 "보호자들 사가지고 온 간식도 환자는 조금 주고, 자기들끼리 거의 다 나눠 먹었다"고 목격담을 전하기도 했다. 보호자 F씨는 "일도 대충대충, 수다만 떨다가 간병인 업체서 일 잘하나 보러 나오면 마냥 잘하는 척하더라"라고 꼬집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이 모든 힘듦과 부담은 오롯이 개인 몫. 간병인과 계약도 개인과 하는 거라, 부조리한 일을 당해도 별다른 방도가 없다. 환자 맡긴 게 죄인(罪人) 아닌가. 대놓고 뭐라 하기도 힘들다. 간병인 질도 천차만별이건만, 그마저도 운에 맡겨야 한다. 그마저 대책이라 내놓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한 달 2만원)는 적용 안된 병원이 아직도 많고, 환자들 모두가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그로 인해 간호사들에 미치는 영향, 실제 간병의 질도 고려해야 한다.

이 모든 일이 정부 관리 '사각지대'서 벌어지고 있다. 개인이 해결 못할 일을 하라고, 세금 내는 것 아닌가.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 간병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데, 시스템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보호자들이 전한, 제도 개선 바람은 이랬다. 관련 정책 담당자들이 알기 쉽도록 최대한 쉽게 전달한다. 무려 굵은 글씨로 썼다.

1. 국가에서 의료보험에 간병비 지원도 됐으면 좋겠다.
2. 간호·간병통합서비스도 중증 환자는 받을 수 없어 힘들다. 그게 절대적으로 더 필요한데도.
3. 간병비를 연말 소득공제라도 포함시켜달라. 최소한 그만큼이라도 지원.
4. 간병인 교육을 하고, 자격 없는 이들은 '패널티'도 부여하라.
5. 간병인들 쉴 공간 좀 마련하고, 출·퇴근 할 수 있도록. 처우 개선도.

당장 오늘부터 아플 수 있다. 0세부터 100세까지, 직장인·학생·주부·재벌·무직자·노숙자·대통령·CEO 등 그 누구라도. 세계 최고 부자라는,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1140억달러: 약 131조원)라도.

아니, 베조스를 포함해 아파도 돈 걱정 없는 사람은 빼기로. 아파서 몸과 맘이 아프긴 하겠지만. 경제적 부담까지 더해져 힘든 건 돈 없는 이들 몫이니까. 그리고 웬만큼 있어도 환자 하나 때문에 가계 휘청이는 건 시간 문제니까.

그러니까, 이 정도면 '동기부여'가 좀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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