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상 받은 건축가, 패션 브랜드 만든 이유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 2019.06.28 05:55

[피플]윤재완 유에이디건축사무소‧더플러스에이 대표

윤재완 더플러스에이 대표. /사진=유엄식 기자
“기계설계를 했던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아서인지 실패하더라도 계속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고 싶고 건축 뿐만 아니라 음악, 사진, 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과 함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30년간 건축가로 활동한 윤재완 유에이디건축사무소 대표(51)에게 2017년 패션 업체 ‘더플러스에이’를 따로 만든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최근 서울 당산동 사무실에서 만난 윤 대표는 “이 세상에 단 하나만 있는 가방”이라며 업무용으로 들고 다니는 토드백을 보여줬다. 청바지 3~4개의 밑단과 주머니 부분을 연결한 업싸이클링 제품으로 최근 SNS에서 입소문을 탄 ‘맥커슨(MACKERSON)’ 브랜드다.

윤 대표의 본업은 건축가다. 1987년 인하대 건축학과에 입학한 뒤 설계분야에서만 한 우물을 팠다. 1989년 건축학도의 로망인 공간학생건축상을 받았으며, 한때 몸담았던 무영건축사무소에선 경기 의왕시에 있는 핸드백회사 시몬느 사옥 설계 프로젝트에 참여해 대통령상인 건축문화대상(2003년)도 거머쥐었다.

강남 가로수길에 있는 핸드백 모양의 박물관과 서초동 꽃마을 복합시설, 인천 송도의 BMW 정비사업소, 부천 중동역 49층 주상복합건물 등도 윤 대표의 손을 거쳤다. 현재 운영하는 건축사무소는 50여 명의 직원이 일하는 견실한 중견 업체다.

그는 5년 전부터 디자인 분야에서 열정을 쏟을 만한 새로운 사업을 찾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결정한 아이템이 업싸이클링 제품이었다. 쉽게 버려지는 것을 새로운 가치로 재창출하고 자원 선순환을 통해 조금이라도 사회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윤 대표의 의지가 반영됐다.


현재 주력 생산 품종은 가방이다. 버려진 청바지를 구입해 워싱 과정으로 오염물을 제거한 뒤 필요한 부분만 재단해 패치워크하고 여기에 각종 부자재를 장식한다. 매번 다른 디자인을 채택해 똑같은 모양은 하나도 없다. 디자이너 2명이 하루에 2개 정도만 100% 수작업으로 만든다.

주요 고객층은 30~40대 여성이다. 윤 대표는 “30~40대라면 명품백이 한 두개쯤은 있을텐데 비슷한 디자인에 싫증난 사람들이 찾는 것 같다”며 “제품이 조금씩 알려지니 본인이 입던 청바지를 가지고 와서 주문제작을 맡기는 경우도 꽤 있다”고 말했다.

회사 문을 연지는 2년 반 정도 됐고 매출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다. 일일 생산량이 많지 않고 가격대도 명품 브랜드와 비교해선 낮은 수준(개당 15만~20만원 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표는 “먹고 살 돈은 본업으로 벌면 된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윤 대표는 돌아가신 아버님의 영문명을 딴 '맥커슨'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창의적인 젊은이들과 소통하길 바란다. 그는 “저처럼 디자인이 꿈인 학생들이 이곳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보고 경험을 쌓아서 좋은 인재가 된다면 그것도 하나의 사회공헌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도대체 왜 이런걸 만드냐고 혹평을 받더라도 계속 시도하고 싶다”며 “패션 사업을 하면서 얻는 아이디어가 본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무형의 가치를 주고 있다. 크게 보면 이곳에서 얻는게 더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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