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또? 그럼 그렇지" 빛바랜 경찰의 자정노력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 2019.06.27 16:39
"갑자기 늘어난 게 아니에요. 원래도 많았어요."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경찰의 '기강해이' 현상을 전문가에게 묻자 허탈한 대답이 돌아왔다. 문제를 일으키는 경찰은 항상 있으니 요즘 상황이 특별할 게 없다는 말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내 수긍이 갔다.

실제 통계를 들여다보면 경찰은 달라지고 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700명 이상이던 경찰의 징계 인원이 지난해 들어 417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올해 5월까지 통계도 14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8명보다 적다.

13만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에서 짧은 기간 동안 눈에 띄는 자정효과를 보이기는 쉽지 않다. 수뇌부와 구성원들의 실체적 노력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올해 초 '버닝썬 게이트'가 열린 이후 경찰에 시선이 쏠린 시점에서 비위 경찰관이 잇따르며 자정노력을 무색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다양한 노력을 통해 비위를 줄여나가고 있다"면서도 "잇따른 논란으로 희석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최근 술에 취해 미성년자를 폭행한 경찰, 사건 관계자와 성관계를 맺은 경찰과 심지어 그 소문을 퍼뜨린 동료 경찰. 이들은 전체 구성원의 노력을 정면으로 배신했다.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기는 쉬운 게 신뢰의 본질이다.

지난 26일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내놓은 '2019년 국가사회기관 신뢰도'에 따르면 경찰의 신뢰도는 지난해보다 0.5%p 줄어든 2.2%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작년보다 1.5%p 늘어 3.5%를 기록한 검찰보다 낮은 수치다.

결국 국민은 버닝썬 수사에서 '명운을 걸겠다'던 경찰청장의 말을 믿지 않았다.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이라는 큰 산을 마주한 지금, 국민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푸른 제복을 입은 모든 이들이 자신을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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