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 매각을 공식화한 배경은 결국 재무리스크였다. 매각을 목표로 했던 태양광 주력 웅진에너지가 예상치 못한 감사의견 거절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고, 지주사인 ㈜웅진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에서 'BBB-'로 하락했다.
웅진그룹은 코웨이 인수에 1조6800억원, 추가지분 매수에 2000억원 등 약 2조원을 썼다. 이중 차입금은 1조6000억원 수준이다. 차입금 상환계획이 틀어지고 신용등급 하락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게 되면서 부담이 가중됐다.
윤 회장이 코웨이 재매각이라는 결단을 내린 데는 상당한 고민이 따랐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 분해 당시 무리한 사업확장이 그룹 전체의 위기를 몰고 온 '승자의 저주 트라우마'가 남았을 수도 있다.
지난해 윤 회장은 코웨이 인수에 나서면서 2012년 그룹이 공중분해 됐을 당시를 떠올리며 "당시에는 손대는 일마다 실패하지 않을 거라고 자만했던 것 같다"며 "기업인으로서 교훈으로 삼고 앞으로 가장 잘하는 한 업종에만 집중해 키우는데 열정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윤 회장은 그룹이 분해됐을 당시 법정관리 직전 알짜회사로 재산을 몰아준 '모럴 해저드' 논란으로 코웨이 재인수 당사자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코웨이 재인수를 추진한 것은 그만큼 코웨이가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코웨이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 1352억원, 매출액 7093억원의 역대 최대실적을 올렸다. 특히 렌털 판매는 53만1000대로 전년 동기대비 15.4% 늘었다. 공기청정기, 정수기, 의류청정기 등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020년 4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렌탈업계의 성장만큼이나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렌탈 계정 수 기준 현재 코웨이가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청호나이스, 쿠쿠홈시스, SK매직 등이 치열한 상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렌탈계정 경쟁에 빠져있는 LG전자 등 대기업군의 시장잠식을 감안하면 코웨이의 독주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렌탈업계 관계자는 "시장 1위 코웨이가 웅진과 이별한다 해도 렌탈시장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더 큰 문제는 대기업 진출의 가속화로 중견기업의 경쟁력 감소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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