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만남이 사우디아라비아 측의 요청으로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빈 살만 왕세자가 국내 기업과의 투자·협력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청와대 오찬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재계 총수들과 한차례 인사를 나눈데다 함께 방한한 경제부처 장관 4명을 대동했다는 점에서 기업인들과의 소통에 공을 들였다는 평가다.
차담을 겸한 모임은 이날 저녁 8시30분쯤부터 9시20분쯤까지 50여분간 진행됐다. 왕세자가 이날 오전에 성남 서울공항으로 입국하자마자 청와대 정상회담과 환영오찬, 에쓰오일(S-oil) 복합석유화학시설 준공기념식, 정상간 친교만찬까지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한 점을 감안하면 저녁 회동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셈이다.
재계의 한 인사는 "빈 살만 왕세자가 석유 이후의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그림을 그리면서 전세계 ICT(정보통신기술) 선두기업인 삼성과 LG, 수소전기차 기술을 이끄는 현대차 등과의 협력을 그만큼 중요하게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당초 삼성전자 공장 방문도 검토했지만 G20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27일 일본으로 떠나야 하는데다 이날 일정이 워낙 빡빡해 관련 계획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녁 회동에선 최근 글로벌 경제현안과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투자 문제 등이 논의됐다는 후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추진하는 '비전 2030'을 위한 협력방안 등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는 전언이다.
5대 그룹 총수들도 '기회의 땅'으로 부각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사업을 위해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동을 각별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위 계승 서열 1위로 아직은 왕세자 신분이지만 부총리와 국방장관을 겸한 사실상의 실권자다.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 불릴 정도로 권한이 막대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날 오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 때문에 청와대 오찬에 참석하지 못했다가 저녁 회동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났다.
재계에선 이날 회동 장소가 삼성그룹의 영빈관인 승지원이라는 점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사우디아라비아 측의 요청으로 마련된 자리이긴 하지만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이 주최측이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이날 승지원 앞마당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빈 살만 왕세자를 직접 맞았다. 단체회동이 끝난 뒤엔 빈 살만 왕세자와 별도로 만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그룹 총수 일부도 빈 살만 왕세자가 머무는 호텔에서 단독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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