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도 싼 중동 거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왜 수소전기차에 눈독을 들일까?"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국영 종합 에너지·화학 기업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가 현대차와 수소에너지 및 탄소섬유 소재 개발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키로 하면서 궁금증이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 25일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사우디 아람코 아민 H. 나세르 대표이사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
MOU에 따라 두 회사는 한국에서 수소충전소를 확대 구축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함께 마련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내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실증 사업 등도 추진한다.
사우디 아람코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전기차 기술력을 갖춘 현대차의 승용 수소전기차 넥쏘와 수소전기버스를 자국에 도입, 실증 사업을 실시하고 보급 확대 가능성을 타진할 예정이다.
또 저비용 탄소섬유(CF),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CFRP)의 광범위한 제조·활용을 통해 자동차와 비자동차 부문에서 탄소섬유 소재가 시장에 확대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언뜻 보면 산유국과 수소사회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이지만 실제 연관성은 많다.
현재까지 수소 생산방법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게 '부생수소'(by-product hydrogen)다.
이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공장 공정에서 바로 부산물로 생산되는 것이다. 이번에 협력키로 한 탄소섬유 분야도 마찬가지로 석유와 관계가 깊다. 기존 소재를 뛰어넘는 대체 소재인 탄소섬유는 석유와 석탄에서 추출된 원료를 통해 만들어진다.
또 한가지 사우디아라비아가 수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포스트 오일'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의 숙제는 미래 석유 고갈 이후의 대비"라며 "에너지로 먹고 살아온 나라다 보니 차세대 에너지, 특히 수소에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차는 이번 협력을 계기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수출길 확대에도 기대감을 갖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운전이 허용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운전자들을 위한 브랜드 캠페인(#whatsnext) 등 마케팅 활동을 벌여왔다.
현대차는 별도의 전담조직인 '사우디 여성 고객 케어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해 마케팅 및 판매전략 수립, 현지 시장조사, 이슬람 율법을 포함한 법규 점검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약 900만명 가운데 600만 명 정도가 운전면허증 시험에 지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현지 국내총생산(GDP)을 900억 달러(약 100조5000억원) 증가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UAE(아랍에미리트)·오만·쿠웨이트 등 14개의 중동 국가에 진출해 있으며, 엑센트와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쏘나타 등을 주력 차종으로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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