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은 2년 만에 성공 방정식으로 바뀌었다. 홍콩지점의 자산은 법인 형태였던 2016년 말의 두 배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네 배에 가까워졌다. 법인 청산 과정의 회계처리 효과가 있지만 더 가벼워진 몸집으로 기민한 영업에 나선 성과가 더해졌다. KB금융그룹의 아시아 금융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서 가능성을 확인한 순간이다.
이 같은 형태의 홍콩지점 재편은 2014년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취임한 후 글로벌 사업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구체화됐다. 이른바 ‘유니버설뱅킹’ 전략이다. 수출입금융·기업대출·송금 등 고유 업무는 물론 금융주선·채권발행·인수금융·구조화금융·인수합병(M&A) 등 IB 업무가 모두 가능한 글로벌 거점 점포로 육성하는 게 핵심이다.
문인성 국민은행 홍콩지점장은 “국민은행이 국내에선 리딩뱅크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경쟁사보다 네트워크 등에서 취약한 게 사실”이라며 “기존의 해외 진출 방식을 고집하기보다는 국민은행만의 CIB 역량을 극대화해 빨리 ‘KB’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법인을 지점으로 전환하면 CIB 사업 확대가 유리하다. 국민은행 본점의 대규모 자기자본을 등에 업을 수 있고 조달 측면에서 본사의 신용등급을 활용해 차입할 수 있다. 2015년 1월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를 통해 주재국 면허 취득 시 법인을 지점으로 전환해도 유가증권 등의 업무를 계속 영위할 수 있게 한 것도 기폭제가 됐다. 국민은행 홍콩법인의 지점 전환은 국내 금융권에서 이러한 규제 완화 뒤 첫 사례다.
홍콩지점의 성장세를 견인하는 것은 국민은행 IB유닛이다. 홍콩 IB유닛은 지점의 한 축인 동시에 호주·중동을 포함해 아시아·태평양 전 지역을 통할하는 국민은행 IB사업본부의 해외거점이다. 랜드마크 성격의 글로벌 금융거래 딜 소싱(Deal Sourcing, 투자처 발굴), 서울의 IB본부와 KB금융그룹 계열사의 공동 거래를 이끌어내 그룹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역할도 한다.
이동락 IB유닛장은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심정으로 IB 자산을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성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안정성이 높다면 다양한 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KB의 브랜드를 홍콩 금융시장에 알리고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주목할만한 플레이어로 성장하겠다는 의도다.
성과도 따르고 있다. 지난해 4월 호주 최대 풍력발전사업자인 ‘인피전 에너지 그룹(INFIGEN ENERGY GROUP)’에 대한 총 모집규모 6억500만호주달러(AUD, 한화 약 49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글로벌 IB 골드만삭스와 함께 공동 금융주간사 역할을 수행했다. 이 거래에 대해 작년 12월 KB자산운용·KB증권·KB생명을 추가로 참여시켜 그룹의 해외자산과 영업기반 확대에 기여했다.
‘IB 삼각편대’의 맏형인 홍콩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IB본부 차원에서 ‘국외 IB자산 30억달러’를 목표로 잡은 가운데 가장 먼저 IB유닛 형태를 갖춘 홍콩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유닛장은 “내년 초까지 홍콩 IB유닛만의 자산을 10억달러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의 자산 규모를 갖춰야 그에 걸맞는 조직·인력을 갖출 수 있고 향후 성장에도 긍정적일 것이라는 계산이다.
본점의 지원도 전폭적이다. 올 상반기에는 홍콩지점에 여신심사 전문인력을 추가로 파견했다. 문 지점장은 “단일 해외지점에 심사 인력을 증원해 준 것은 흔치 않은 일로 그만큼 은행 경영진을 중심으로 글로벌 역량을 키우기 위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본부의 기대에 걸맞는 성과를 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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