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 1호기 사태는 '인재'…한수원 원안법 위반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 2019.06.24 11:18

원안위, 한빛1호기 사건 특별조사 중간결과 발표…열출력 급상승에도 수동정지 않아·무자격자 원자로 운전 사실 확인

손명선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정책국장이 24일 오전 전남 영광 영광방사는방재센터에서 한빛1호기 '수동정지 사건' 특별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9.6.24/사진=뉴스1
지난달 전남 영광 한빛 원자력발전소 1호기 열출력 급증과 수동정지 과정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자력안전법(원안법) 위반 사실이 확인됐다. 우려와 달리 핵연료 건전성에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24일 전남 영광군 영광방사능방재센터에서 한빛 1호기 사건 특별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달 10일 한빛 1호기를 대상으로 계획예방정비 이후 재가동을 위해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시험 중 이상 현상이 발생해 원자로를 수동정지했다. 원자로 열출력이 제한치인 5%를 초과해 18%까지 치솟자 원자로 냉각재 온도가 올라가고 증기발생기 수위가 높아지면서 보조급수펌프가 자동 가동된 것.

원안위와 KINS는 초기 조사에서 한수원이 한빛 1호기를 즉각 수동정지했어야 함에도 이를 위반했다고 보고 당일 수동정지를 명령했다. 이후 사건조사 과정에서 무자격자가 원자로를 운전한 정황을 포착, 같은달 20일부터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사건에 대한 특별조사를 진행해 왔다.

사건 조사 결과 한수원의 원안법 위반 사실이 다수 확인됐다. 당시 근무자들은 제어봉 인출 과정에서 12단 위치편차 해소를 위해 66단에서 100단까지 제어봉을 과도하게 인출하기로 결정했다. 제어봉 위치편차는 운전원의 제어봉 조작 미숙과 기계적·전기적 요인 탓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원자로차장이 반응도를 잘못 계산해 제어봉을 100단까지 인출하라는 판단을 내리면서 열출력이 급상승하게 됐다.

문제는 한수원이 즉각 수동정지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수원은 열출력이 급등하자 원자로 안정을 위해 즉시 제어봉을 삽입했다. 그러자 1분 뒤 열출력은 1% 이하로 떨어졌고, 다시 29분 뒤 0%에 도달했다. 원자로가 안정 상태에 접어든 것이다.

그러나 운영기술지침서에 따라 원자로 열출력이 5%를 초과하게 되면 즉시 원자로를 수동정지해야 한다. 운영기술지침서 미준수는 원안법 제26조 위반에 해당한다. 한수원 측은 운영기술지침서에서 규정한 '열출력'의 개념은 노외핵계측기 열출력이 아니라 2차측 열출력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이 마저도 잘못된 해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2차측 열출력 값도 5%를 초과했다.

특사경은 제어봉 제어능 측정시험 중 무자격자가 원자로를 일부 운전했다는 관계자 진술도 확보했다. 원안법 제84조에 따라 원자로는 원자로조종면허자가 운전하는 게 원칙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원자로조종감독면허자의 지시·감독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무자격 정비원이 원자로조종감독면허자의 감독 없이 제어봉을 조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사경은 원안법 위반 혐의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했고, 현재 광주지방검찰청이 수사지휘 중이다.


아울러 한수원의 자체 절차서 위반 사실도 드러났다. 약 13시간 동안 제어봉 시험을 진행하며 3개 근무조가 참여했으나, 근무자 교대시마다 수행해야 하는 중요작업전회의는 최초 투입된 근무조만 실시했다. 제어봉의 위치편차를 조정하기 위해 작업오더를 발행하고 작업계획서를 신규작성한 뒤 작업전회의를 열었어야 했지만 이 역시 지키지 않았다.

원전 기동공정이 24시간 연속으로 수행돼 시험 주관 노심파트 직원은 25시간 장기간 연속 근로로 적절한 판단이 어려웠고, 반응도를 잘못 계산한 원자로차장은 기동경험이 처음이었고 관련 교육훈련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다만 이번 사고에 따른 핵연료 손상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를 두고 자칫 원자로가 폭발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원자로냉각재 내부의 핵연료가 손상했을 때 발생하는 제논(Xe), 크립톤(Kr), 요오드(I) 등의 방사능 준위변화를 확인한 결과 핵연료 손상 징후는 없었다. 시뮬레이션 평가 결과, 주요평가 항목인 핵연료중심선온도와 피복재변형률 모두 충분한 여유도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핵비등이탈률도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원자로냉각재 비등으로 연료봉 표면에 기포가 과도하게 생성돼 열제거능력이 크게 감소하게 되는 기준값으로부터의 여유도를 말한다.

원안위 관계자는 "제어봉 구동설비 건전성, 안전문화 점검 등에 대한 추가 조사와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포함하는 종합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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