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북미 정상 채널…김정은 "흥미로운 내용 심중히 생각해 볼 것"=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친서에 대해 “훌륭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하며 만족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며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받은 친서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의 답신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다며 "매우 긍정적인 무언가가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수령 이후 북미 기류는 대치에서 대화 쪽으로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북미 정상의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입증된 동시에 하노이 노딜 이후 변곡점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김 위원장의 친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하지 않은 아주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미국이 호응을 보일만한 제안을 했을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이어진 한미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에서도 대화 재개 가능성을 암시하는 기류가 확인됐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북 모두 협상에 있어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북미 실무협상을 담당하는 북핵 수석대표가 북미의 '태도 변화'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것이다. 같은 행사에 참석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도 이 발언에 대해 "미국 정부의 태도 변화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지난 19일 한 포럼에서 "북미 모두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새 협상안을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유사한 맥락의 발언을 내놨다.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밝힌 ‘흥미로운 내용’은…북미 실무접촉 여부 주목= 관건은 북미 정상의 '친서외교'를 계기로 북미 접촉이 성사될지 여부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북한은 미국에 비핵화-상응조치 교환과 관련해 '새 계산법'을 요구하며 대화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아 왔다. 미국 역시 북한과 대화의 문이 늘 열려 있다고 했으나, "입장을 바꾸라"는 북한의 요구에 무응답으로 일관해 왔다. 미국의 '일괄타결식 빌딜'과 북한의 '단계적 동시적 접근' 주장 사이 간극이 유지돼 온 것이다.
북미 정상의 소통으로 교착 타개 기대감이 커지긴 했으나 양측의 실질적인 입장 변화 여부는 북미 대화가 실제 성사될 지 지켜봐야 알 수 있다는 진단이다. 북미가 실무접촉에서 '의미 있는 접점'을 만들어야 '하노이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이번 주 방한 기간에 북측에 실무회담 개최를 제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측이 이를 수용할 지 여부가 관건이다.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진행되는 연쇄 정상회담에서 북미 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진전이 나올지도 관심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다. 20~21일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시 주석도 트럼프 대통령과 미중정상회담을 갖는다. 이어 서울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갖는다. 이 과정에서 북미의 입장이 구체적으로 확인될 지가 관심사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정상간 친서로 북미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며 "구체적으로는 비건의 방한을 계기로 북미 실무회담이 성사될 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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