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행복해지는데 얼마면 되겠니?

머니투데이 권성희 콘텐츠총괄부국장 | 2019.06.22 07:31

[줄리아 투자노트]

미국의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중 한 장면이다. 전쟁자금 모금을 위해 마련된 무도회. 무역을 통해 큰 돈을 번 레트 버틀러가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하자 남부 농장주의 딸 스칼렛 오하라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며 예를 들어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말한다. 레트는 돈으로 사랑을 살 수는 없지만 사랑 비슷한 것은 살 수 있다고 한다.

역설적이게도 스칼렛은 전쟁으로 지독한 궁핍을 경험한 뒤 돈을 버는데 혈안이 되고 부자인 레트는 그토록 갈망하던 스칼렛의 사랑을 돈으로도 얻지 못한다. 스칼렛은 돈을 많이 벌어도 만족하지 못해서, 레트는 원하는 사랑을 얻지 못해서 둘 다 행복하지 못하다.

당신에게 돈은 무엇인가. 당신의 삶과 행복에 돈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가. 미국 갤럽연구소가 50년간 150여개국 150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쓰여진 책 ‘웰빙 파인터’에서 답을 찾아봤다.

1. 돈은 삶의 질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행복을 증진한다=돈은 4가지 측면에서 삶의 질을 높인다. 첫째, 돈은 기초적인 건강과 안전을 제공해준다. 돈이 있어야 건강한 음식과 시의적절한 치료, 안전한 주거 확보가 가능하다.

둘째, 돈은 삶을 편안하게 해준다. 돈이 넉넉해 직장과 가까운 집을 얻을 수 있다면 통근거리가 짧아져 몸이 편하고 가족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거나 좋아하는 취미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다.

셋째, 돈은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점에 얻을 수 있게 해준다. 넷째, 돈은 시간 활용에 대해 더 많은 통제권을 부여해준다. 예컨대 가사도우미를 쓴다면 집안일에 투입하는 시간을 줄여 다른 곳에 활용할 수 있다.

돈은 삶의 질을 높여 삶의 만족도를 향상시킨다. 삶의 만족도가 올라가면 행복도도 증진된다. 하지만 삶의 만족도와 행복도가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돈이 많아 더없이 만족스러운 환경에서 산다 해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 레트 버틀러처럼 말이다.

2. 돈의 액수보다 쓰는 방법이 중요하다=하버드대학은 참가자들에게 5달러나 20달러를 주고 하루 안에 다 쓰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결과 각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돈의 액수는 행복도와 아무 관련이 없었다, 그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가 중요했다. 자신에게 돈을 쓰면 행복도가 높아지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돈을 쓰면 행복도가 올라갔다.

또 다른 여러 연구에서는 돈으로 물건을 사는 것보다 경험이나 시간을 구매하는 것이 행복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 가방을 사는 것보다 여행 가는데 돈을 쓰거나 시간을 절약해주는 수단에 돈을 쓰는 것이 행복도를 끌어올렸다.


3. 부의 축적을 목표로 하면 행복도는 떨어진다=돈이 있어야 건강하고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가능한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한다. 하지만 돈을 더 많이 가지려 하면 할수록 행복과는 점점 더 멀어진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자산을 쌓기 위해 돈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걱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산을 불리기 위해 돈을 빌려 투자하고 더 높은 수익률을 얻으려 더 큰 리스크를 감내하는 것도 행복도를 떨어뜨린다. 빚을 지고 돈을 갚아나가는 것이나 리스크를 지고 투자해 수익률의 등락에 신경 쓰는 것이나 모두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4. 돈의 액수보다 비교우위가 중요하다=주변 사람들이 연간 5000만원을 벌 때 당신은 1억원을 버는 상황과 주변 사람들이 연간 4억원을 벌 때 당신은 2억원을 버는 상황이 있다면 언제 더 행복할까. 2억원을 벌 때가 아니라 1억원을 벌 때다. 금액은 더 적지만 주변 사람보다 더 많이 벌어서다. 이처럼 행복에는 돈의 액수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 우위에 서는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5. 같은 돈을 벌어도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도는 다르다=동일한 업무를 하면서 같은 급여를 받는 상황에서도 그 급여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만스러워 하는 사람도 있다.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 등 사회적 관계가 원만할 때 같은 돈을 벌어도 만족도가 더 높다.

돈이 많아도 일이나 인간관계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행복도가 낮아지고 돈이 좀 없어도 감사한 마음으로 일을 즐겁게 하고 인간관계가 풍족하면 행복도가 올라간다.

5. 소득 규모보다 경제적 안정감이 행복도를 높인다=돈의 많고 적음보다 경제적 안정감이 행복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경제적 안정감은 행복도에 소득보다 3배 더 높은 영향력을 미친다.

경제적 안정감이란 하고 싶은 일을 언제라도 할 수 있는 돈이 있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경제적 안정감에서 중요한 것은 돈의 액수가 아니다. 적정 수준의 ‘하고 싶은 일’을 욕망하는 절제와 이 적정 수준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돈을 관리하는 능력이다.

소득이 많지 않아도 자기 수준에 맞는 것을 욕망하며 소득을 아껴 미래에 대비해 돈을 모아간다면 얼마든지 경제적 안정감을 누릴 수 있다. 다만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과도한 돈 욕심으로 너무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유발해 현재의 행복도를 낮춘다. 경제적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보수적으로 돈을 관리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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