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배임 논란' 누진제 개편안 의결 보류… 정부 지원 '압박' (상보)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 2019.06.21 15:15

이사진 '배임 우려'에 정부 '구속력 있는' 재정지원 약속해야 주장… 조만간 이사회 재소집해 추가 논의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한국전력 이사회에 김종갑 사장이 참석하고 있다. 이날 진행되는 이사회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가 권고한 최종안에 대한 의결여부를 결정한다. 2019.06.21. 20hwan@newsis.com

한국전력공사가 매년 여름철(7·8월) 누진제 구간을 확대해 1629만가구의 전기요금을 월평균 1만142원 낮추는 내용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의결을 보류했다. 누진제 개편으로 한전이 연간 2847억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되면서 경영진 배임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구속력 있는’ 손실 보전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누진제 개편안을 의결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한전 측이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한전은 21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 이사회를 열고 누진제 개편안을 반영한 전기요금 공급 약관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의결을 보류하기로 했다. 한전 관계자는 “이사진에서 추가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의결을 보류하고 조만간 다시 이사회를 열어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의결이 보류된 약관 개정안은 ‘민관 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가 지난 18일 마련한 최종권고안을 담았다. 현행 누진제를 유지하되 매년 7·8월에 한해 누진구간을 △1단계 300kWh 이하 △2단계 301~450kWh △3단계 450kWh 초과로 늘리는 내용이다. 전기사용량을 현행 누진제보다 1단계 100kWh, 2단계 50kWh 확대하는 구조다. 평년(2017년) 기준 1541만가구 전기요금이 월평균 9486원(17.8%), 폭염(2018년) 기준 1629만가구가 월평균 1만142원(15.8%) 할인을 받을 전망이다.

한전 이사회가 약관 개정안을 의결을 보유한 것은 이사진 배임 가능성 우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전 입장에서 전기요금 할인이 곧 손실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형태의 약관 개정안을 의결할 경우 업무상배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전 소액주주들은 이사진이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약관 개정안을 의결할 경우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전은 이사회에 앞서 대형로펌에 약관 개정안 의결이 업무상배임에 해당하는지 법리검토를 의뢰하는 한편 정부에 ‘명시적 손실 보전을 약속하지 않으면 누진제 개편안에 반대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누진제 TF에 따르면 누진제 개편에 따른 전기요금 할인 총액은 평년 기준 2536억원, 폭염 기준 2874억원으로 추정된다. 한전은 지난해 영업손실 2080억원(연결기준)을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629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연간 영업손실 규모가 2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해마다 3000억원에 가까운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경우 재무구조는 더 악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전이 약관 개정안 의결 보류는 재정 지원 여부를 검토 중인 정부에 대한 강한 압박으로 읽힌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구속력 있는’ 손실 보전을 약속하지 않으면 누진제 개편이 불가능하다는 최후통첩이나 마찬가지”라며 “지난번 누진제 개편 공청회에서 한전이 올 하반기부터 전기요금 용도별 원가 공개를 검토하겠다고 정부를 압박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올해 여름철이 지난 후 누진제 개편에 따른 실제 할인액을 분석해 에너지특별회계 여유 재원을 투입해 보전할 계획이다. 규정상 누진제 개편에 대한 손실을 직접 보전하는 것이 어려워 한전이 운영 중인 취약계층에 복지할인을 재정지원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전 규모는 1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내년부터는 예산당국과 협의를 거쳐 본예산에 지원액을 반영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누진제 개편에 따른 소요 재원 일부를 재정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면서도 “지원 규모와 방식은 예산 편성과 국회 심의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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