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공정 앞세우면서 ‘편견’에 사로잡힌 ‘부당한 사법제도’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9.06.21 06:30

[따끈따끈 새책] ‘언페어’…사법체계에 숨겨진 불평등, 범죄심리학과 신경과학으로 해부

법이 최종 판단에서 가장 객관적인 증거(또는 증인)가 될 수 있다고 믿지만, 형사 사법제도는 그 믿음만큼 허술하기 짝이 없다. 바로 편견의 작용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심리학자, 신경과학자들은 의식적인 자각 너머에서 작용하는 여러 인지적 요인들을 밝혀냈다. 법률 소송결과가 사실은 피고의 자백 녹화 영상에서 카메라 앵글이나 반대신문에서 단순한 단어 선택 등의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행동심리학이나 인지과학이 인간 사고의 비합리성을 지적해왔는데도 사법제도는 반영되지 않았다. 피의자의 직업과 외모, 재산 같은 범죄 실체와 동떨어진 요소들이 편견을 발동시키면 결국 사회적 약자와 평범한 시민들의 피해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것이 죄인을 물에 빠뜨려 죗값을 정하는 중세 재판과 무엇이 다느냐”고 반문한다.

허위 자백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경찰의 강압적인 심문 기법, 잘못된 기억으로 범인이 아닌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목격자, 피의자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증거를 피의자 측 변호인에게 넘겨주지 않는 검사, 편견을 가지고 재판에 임하는 배심원과 판사….

겉으로는 정의와 공정을 앞세우지만, 실제 형사 사법제도는 수많은 문제점과 모순을 안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저자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이 견해와 결론을 사건 발생 초기에 공표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것들을 따라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만약 그 사람이 공표한 견해와 결론이 잘못된 것이라면 이후 상황은 실제 사건과 달리, 전형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

저자는 사법 과정에서 드러나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없애기 위해 인지 면담 기법 활용, 법의학 분석 기술 활용, 가상 재판 도입 등 다양하면서도 세세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부자는 무죄로 풀려나고 가난한 사람은 감옥에 가는 해묵은 결과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언페어=애덤 벤포라도 지음. 강혜정 옮김. 세종서적 펴냄. 480쪽/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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