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연료전지, 손자세대 위한 것…아폴로 사고 이후 비약적 발전"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 2019.06.20 17:09

[수소엑스포]연료전지 '대가' 켈빈 헥트 CSA위원장 인터뷰: 55년 경력 '아폴로11호 안전 책임'

켈빈 헥트(Kelvin Hecht·79) 미국 연료전지기술위원회 위원장/사진=김휘선 기자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수소가 주요 에너지원이 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수소에너지는 내 손자 세대를 위한 것이다."

수소 연료전지 분야의 대가 켈빈 헥트(79) 미국 연료전지기술위원회(CSA America FC1 Committee) 의장의 말에서는 오랜 경륜과 진정성에서 묻어나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

55년간 수소연료전지 안전 및 표준화 분야에서 활동해 온 헥트 의장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2019 대한민국 수소엑스포'에서 주제 발표를 한 뒤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우리는 깨끗한 환경에서 살면서, 화석 연료를 때 후대에 부담을 물려주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석유는 언젠가 고갈될 것이며, 지속가능한 연료로서 수소는 인류에게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헥트 위원장은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가장 많이 갖고 있던 미국 UTC에서 35년간 엔지니어로 일했다. 항공기 엔진을 만드는 프랫앤휘트니(P&W)의 연료전지 사업부를 모태로 하는 UTC는 인수합병 과정을 통해 클리어엣지파워로, 2014년 이후 두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터프츠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후 UTC에 입사한 헥트위원장은 1962년부터 1997년까지 UTC에서 군사용 연료전지 연구 개발을 담당했다. 1979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연료전지 안전 표준을 만들었고, 미국 내 수소연료전지 학계와 업계를 아우르며 연료전지 표준화 작업을 이끌었다.

1969년 7월 20일 인류를 최초로 달에 착륙시켰던 '아폴로 11호' 우주왕복선의 연료로 쓰인 연료전지의 안전 총괄 책임을 맡기도 했다. 그는 "평생 연료전지 연구를 하면서 아폴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이었다"며 "아폴로 프로젝트로부터 오늘날 우리가 쓰는 휴대폰, 위성, GPS 등 모든 IT 기술이 파생됐다고 보면 된다"고 돌이켰다.


특히 수소연료전지의 역사는 아폴로 프로젝트가 획기적인 전환점이 됐다는 설명이다. 1967년 2월 아폴로 1호 시험발사 당시, 이륙 직전 캡슐(사령선)에서 화재가 발생해 3명의 우주인이 목숨을 잃었다. 헥트박사는 한동안 수소연료전지 문제 때문에 3명의 우주인이 희생되지 않았을까 하는 심한 자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정밀조사 끝에 사고 원인은 전선 피복의 스파크가 캡슐 내 산소를 폭발시켰던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후 수소연료전지 안전 연구도 더욱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됐다고 그는 회고했다.

헥트 위원장은 "아폴로 프로젝트 당시와 현재의 연료전지 기술은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와 물을 동시에 생산한다는 기본 과정은 같지만,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고, 새로운 촉매제와 소재가 도입되는 등 완전히 달라지고 진보했다"고 설명했다.
켈빈 헥트 미국 연료전지기술위원회 위원장이 그림으로 그린 수소 연료전지의 원리.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와 물이 동시에 생산되는 연료전지의 원리가 그려져 있다. 천연가스 개질로 수소를 얻는 방법도 나타나 있다. /사진=황시영 기자

켈빈 헥트 미국 연료전지기술위원회 위원장이 집에 있는 액자를 찍은 사진. 헥트 위원장은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달의 표면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찍은 사진으로 NASA가 소유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사진제공=켈빈 헥트 미국 연료전지기술위원회 위원장

그는 원유, 석탄 등 기존 에너지 산업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소 연료전지나 수소산업을 강력하게 추진하지 않고 있지만 결국은 수소 연료전지같은 새로운 기술은 기존의 기술을 대체할 수 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2045년 전기를 100% '탄소 없는 발전'으로 생산한다는 목표로 연료전지 연구 및 수소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수소 충전소 폭발 사건'과 관련, "구체적인 사고내용이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소전기차는 가솔린차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솔린차는 연료가 새면 더 큰 화재가 나고 모든 것이 타버리지만, 수소전기차는 연료탱크가 혹시라도 구멍이 나더라도 수소는 곧바로 공기중으로 증발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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