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 ‘줍줍족’ 전성시대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 2019.06.17 10:25

2월 이후 분양 20대 단지 중 17개 단지에서 무순위 청약경쟁률이 더 높아

지난 5월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오픈한 롯데캐슬클라시아 견본주택에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이 단지는 사전 무순위 청약에 2만9209명이 몰렸다. /사진제공=뉴스1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청약통장 없이 미계약분을 사들이는 이른바 ‘줍줍족’이 대세가 됐다. 미분양, 미계약분에 대한 무순위청약 제도가 도입된 올해 2월 이후 분양한 신축 단지에서 대부분 무순위 청약경쟁률이 본 청약경쟁률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부동산정보서비스 업체 직방이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청약 제도가 변경된 2월부터 6월 13일까지 전국 민간분양 단지 20곳 중 17개 단지에서 본 청약경쟁률보다 사전·사후 무순위 청약경쟁률이 더 높았다.

사전 무순위 청약을 접수한 7개 단지에선 모두 본 청약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최고 경쟁률은 4월 분양한 구리 ’한양수자인 구리역’ 아파트로 사전에 4015명이 무순위 청약을 신청한 가운데 미계약·미분양 21가구가 발생해 191.19대 1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원래 94가구 모집에 990명이 청약을 신청해 본 청약경쟁률은 10.53대 1이었다.

서울에서 처음으로 사전에 무순위 분양을 접수한 동대문 ‘청량리역 한양수자인192’ 아파트에 1만4376명이 신청했고, 미계약분 399가구가 발생해 36.03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본 청약은 1046가구 모집에 4857명이 접수해 평균 4.64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지난달 1순위 청약을 마감한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클라시아’ 단지엔 사전 무순위 청약 접수자 2만9209명이 몰렸다. 이 단지는 본 청약 경쟁률이 32.64대 1이었는데 계약 후 잔여 물량을 고려하면 무순위 청약경쟁률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13개 단지 중에서는 3개 단지를 제외하고 모두 본 청약경쟁률보다 사후 청약경쟁률이 높았다.

3월 분양한 동대문 ‘청량리역해링턴플레이스’는 일반분양 117가구 공급에 3636명이 청약을 신청해 31.0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잔여물량 29가구를 대상으로 무순위청약을 접수한 결과 6197명이 몰려 경쟁률은 213.69대로 치솟았다.

강남구에서 분양한 디에이치포레센트도 본 청약경쟁률은 16.06대 1이었으나 잔여 20가구에 사후 무순위 청약자 2001명이 접수해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후 무순위 청약경쟁률이 본 청약경쟁률보다 낮은 곳은 중소형 건설사가 시공하는 100가구 미만 소형 단지 3곳 뿐이었다.
/자료제공=직방

올해 2월부터 시행된 변경된 청약 제도에 따르면 사전 무순위 청약은 선택 사항이나 투기과열지구나 청약조정대상 지역에서 미계약분이 20가구 이상 발생할 경우 아파트투유를 통해 잔여가구를 공급해야 한다.

무순위 청약경쟁률이 고공행진하는 이유는 수요자들의 정보습득 경로가 간편해졌고 접근 방식도 간편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미계약분 추가공급 방식이 일원화됐고, 온라인 접수가 가능해지면서 이전처럼 선착순 현장 줄서기 방식에서 벗어나 무순위 청약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것 같다”며 “특히 청약통장이 없어도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이 가능하고 다주택자도 청약을 할 수 있어 본 청약보다 경쟁이 더 치열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미계약분의 다주택자 쏠림을 막기 위해 5월 20일 이후 예비당첨자 비율을 80%에서 500%로 늘렸다. 하지만 분양가가 단기간 급등한데다 부동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본 청약에서 당첨된 실수요자들도 계약을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함 랩장은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저렴하거나 입지여건이 뛰어난 곳, 대단지를 중심으로 사전·사후 무순위 청약경쟁률이 높게 나타날 것”이라며 “경쟁률이 높은 인기 단지라도 막무가내식으로 청약에 참여하기보다는 입지나 분양가 분석을 꼼꼼히 진행해 무순위 청약제도를 잘 활용하는 것도 내집 마련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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