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회의원 대신 'AI'가 하는 정치?

머니투데이 이용호 무소속 의원(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  | 2019.06.20 17:48

[the300]이용호 무소속 의원(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

/사진=이용호 의원실 제공
이러다간 국회의원이 곧 없어질 직업이 되는 건 아닐까. 요즘 들어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든다. 국회와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팽배하다. 좀 극단적이지만 현 의회민주주의 제도는 용도를 다하고, AI(인공지능)이 국회의원을 대체해버릴 지도 모르겠다.

국회의원이 '하는 일'보다는 '하는 짓'이 더 흔히 쓰이는 문구가 된 것 같다. 지난 4월 말 국회는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고성, 욕설, 감금, 추격전, 난투극까지 추태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동물국회'에 이어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식물국회'로까지 전락해버렸다. 게다가 하루가 다르게 새롭고도 창의적인 '막말'이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를 장식하고 있다. 개탄스러운 일이고, 현 국회의원으로서 참담한 심정이다.

이런 때에 소신 발언이 가능하다는 것은 무소속의 장점이다. 한 발짝 떨어져서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데 앞장서고 있다. 경제가 갈수록 나빠지는 상황에서 당리당략에만 매달리면 결국 모두 패배자가 될 뿐이다.

지지든 볶든 국회에서 하자고 국회를 열 것을 촉구했다. 패스트트랙은 선거법 '합의처리', 공수처법 등은 '합의처리 원칙' 선에서 합의할 것을 제안했다.

공수처법 등은 현 정부의 국정기조에 관한 것이지만, 선거법은 선수들끼리 경기방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여야 합의가 전제돼야 공정한 룰이며, 밀어붙이기 식으로 하면 사달이 나게 돼 있다. 더구나 지역구를 줄이는 지금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안은 어차피 본회의에서 통과되지도 않을 것이다. 자기 지역구가 없어지는데 찬성할 의원이 어디 있겠는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원조국이자 우리가 벤치마킹한 독일은 정작 선거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가장 큰 문제는 초과의석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의원정수는 598석이지만, 실제 선거에서 정당지지율을 훨씬 넘어서는 지역구 당선자를 내는 정당이 나와 현재 의석은 총 709석에 이른다. 제1·2당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신생정당이 생기면서 이대로라면 의석이 무려 900석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독일은 그나마 의원내각제로 연정이 자리 잡았지만, 대통령 중심제인 우리는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할 경우 집권당이 늘 '여소'(與小) 상태여서 힘 있게 국정을 이끌어갈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 우리 사회 현실에 맞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회를 열어 모든 정당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진정성 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국회 파행이 길어질수록 현 의회민주주의 유통기한은 짧아질 것이다. 이미 지금 시스템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욕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극단적인 일부 의견이 과대 표출되면서 거대 정당과 핵심 지지층은 점점 더 양극단의 이분법으로 치닫고 있다. 이래선 정치 혐오와 불신의 골만 깊어질 뿐이다.

이탈리아와 독일을 비롯한 몇몇 유럽 국가에서는 기존 정당 정치의 패러다임이 깨지고 있다. 이념이나 지역이 아니라 아젠다를 중심으로 정당이 구성돼, 그 문제에 뜻을 같이 하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난민 반대 또는 찬성하는 정당, 플라스틱 줄이기를 위한 정당이 만들어지는 식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 민주주의는 어떻게 될까.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는 나날이다.

국회의원이 허구한 날 싸우고 일 안한다고 해서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정치는 수학공식이나 과학법칙처럼 딱 정해진 것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 관용과 이해로 복잡하게 얽힌 갈등을 풀어나가는 고도의 이성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의 행복한 삶을 위해 사람에게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치다. AI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AI가 하는 게 낫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우리 국회의원들의 자성과 변화를 바란다. 나부터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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