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경력 기자의 말글 반성문 '손들지 않는 기자들'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 2019.06.15 09:06

임철순 전 한국일보 주필, 어문에세이 '손들지 않는 기자들' 펴내

45년간 기자였고, 현직을 떠난 현재도 어김없는 기자임에 분명한 임철순 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전 한국일보 주필)의 책이 나왔다. ‘손들지 않는 기자들’(열린책들 펴냄)로 그가 여러 매체에 기고한 칼럼 80여편을 모았다.

‘유쾌한 어문 에세이’라는 색다른 부제를 붙였지만 그의 지적과 인식은 여전히 날카롭고 새롭다. 1974년 21살 나이(호적 때문이라고 부연하지만)에 기자생활을 시작한 그는 1970 ~ 80년대의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시기와 1990 ~ 2000년대의 개인주의와 사회분화 등 급격한 변화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사회부장, 편집국장과 주필 등을 거친 만큼 거대담론을 논할 법도 하지만 그가 정작 천착하는 분야는 그 시대의 말과 글이다. 막말 시대에 대한 경고와 함께 천박한 말, 가벼운 글에 대한 지적, 언론인으로서의 반성과 후배 기자들에 대한 조언도 빼놓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관찰자로서 제언이니 만큼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

‘손들지 않는 기자들’이라는 제목은 자신을 포함해 기자들이 질문을 잘 할줄 모른다는 반성의 글에서 나왔다. 저자는 “기자들이 어느새 받아쓰기 글꾼으로 전락해 버린 느낌”이라며 “정확하고 적확한 질문을 통해 기자들이 사회감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면 공격적이고 비판적인 질문이어야 하니 무례한 질문은 애초에 없다고도 했다.


저자는 인간의 품격이 말과 글에서 나온다며 “바른 말과 글을 사용하는 것이 아름다움을 소유하는 방법(영국 작가 존 러스킨 글 인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일지라도 누군가의 글이면 몇 번이고 그걸 찾아내 꼭 밝힌다.

관찰자요, 비판자로서의 글이지만 간간히 창작자의 풍모도 드러낸다. 문인들과 자신이 꼽는 가요의 최고봉 ‘봄날은 간다’의 가상의 5절을 글에 수록한게 대표적이다. 본래 3절까지 있는 ‘봄날은 간다’(손로원 작사, 백설희 노래)에 어느 시인의 헌정성 4절을 첨부한뒤 임철순 작사가 스스로의 5절이 덧붙여지는 것이다. ‘어두운 이 밤이 지나가면/푸르른 새벽/오늘도 그 모습 그리면서/이별에 겨워 우는 주마등 길에/별이 뜨듯 다시 만나 꽃이 피듯 함께 하자/살뜰한 그 다짐에 봄날은 간다’

그는 서문을 통해 ‘언론사에서 퇴직해 자유로워진지 5개월이 넘었는데 이렇게 놀아도 되나 하는 생각을 여전히 잘 떨치지 못 하고 있어 스스로 딱하다’고도 했다. 소설가 김훈의 평대로 ‘어려운 말을 쉽게 해 어려움의 티가 나지 않는’, 날카로운 그만의 시선으로 벼려낸 또다른 글을 기다려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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