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야청청은 그만' LG화학 글로벌 배터리 전략 바꿨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 2019.06.13 15:32

완성차 업체와 합작 적극 추진…테슬라 中 기가프로젝트 참여 가능성도 높아져

LG화학이 글로벌 전략을 바꿨다.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해 공급하는 기존 방식에서 해외 완성차 업체와의 적극적인 합작으로 선택지를 넓혔다.

LG화학은 13일 중국 토종 브랜드 1위 지리(吉利) 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세워 2021년까지 10GWh 규모 생산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50대 50 지분으로 각각 1034억원을 출자하고, 본격적인 설비투자가 시작되면 추가 출자할 예정이다.

양사를 합쳐 조(兆)단위 투자가 예상된다. 합작법인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2022년부터 지리자동차와 자회사가 중국에 출시하는 전기차에 공급된다. 지리가 보유한 브랜드로 최근 LG화학이 공급계약을 따낸 볼보에도 합작법인의 배터리가 공급될 전망이다.

지리는 중국 최대 완성차 회사인데다 중국 내 판매량 순위에서도 폭스바겐, GM과 톱3를 다투는 선두업체다. 지난해 중국에서만 150만대의 자동차를 팔았고 2020년까지 판매량의 90%를 전기차로 전환한다. LG화학은 합작법인 설립으로 안정적인 대형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LG화학의 글로벌 전략 수정이다. LG화학이 완성차 업체와 JV(조인트벤처)를 설립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기술유출 우려를 이유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JV 요청을 모두 거절해 왔다.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이 초반부터 적극적인 합작을 통해 세를 넓혀온 것과 대조됐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최근 벌어진 기술침해 소송 본질도 결국 유럽에서 폭스바겐 등 대형 완성차 브랜드를 놓고 벌이고 있는 수주전과 맞닿아 있다. LG화학이 '밀당'을 하는 사이 합작을 앞세운 SK이노베이션이 점유율을 빠르게 넓혀 왔다. LG화학으로서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중국은 물론 유럽,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합작 구애를 계속해서 거절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자체 생산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배터리 제조사와의 합작에 집중하고 있다. 그야말로 미래의 사활을 건 합종연횡이다.


이를 감안할 때 '독야청청'을 포기한 LG화학이 적극적인 글로벌 영토 확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합작을 간절히 원하는 폭스바겐 등 독일 완성차업체들과의 추가 합작 가능성이 높다. LG화학 관계자는 "조건이 맞는다면 앞으로 JV든 합작이든 여러 형태의 협력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라며 "LG화학 입장에서도 투자위험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지리 자동차 펑칭펑 부총재(왼쪽)와 LG화학 김종현 사장(오른쪽)이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사진제공=LG화학


LG화학 '합작 오픈'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중국 기가프로젝트와 연관짓는 해석도 나온다. 테슬라 역시 LG화학에 합작을 전제로 구애해 왔다. 기가프로젝트는 상하이 역사상 가장 큰 외국자본의 제조업 투자로 테슬라의 첫 해외 투자 프로젝트다. LG화학의 전략 수정으로 합작 가능성이 열렸다.

우려되는 지점은 역시 기술유출 문제다. 합작법인을 통해 배터리 핵심 기술이 유출될 경우 장기적으로 한국 배터리 업체 경쟁력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LG화학도 그간 이 맥락으로 경쟁사들의 합작을 비판해 왔다.

LG화학 관계자는 "시장을 선도하는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보호하는 게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이것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전략은 추진하지 않는다"며 "지리와의 합작 역시 이를 보호하기 위한 제반 조치가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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