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가 자동차를 안 산다. 아니 못 산다. 결혼, 내 집 마련은 커녕 취업조차 어려운 시기에 차량 구매는 언감생심이다. 때마침 차가 필요할 때 빌려 쓸 수 있는 차량공유 서비스의 발전은 차량 구매 필요성을 더 떨어뜨렸다.
1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 1분기 30대의 신차구매 비중은 15.4%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구매 비중이 2.1%포인트 하락했다.
김준규 KAMA 조사연구실장은 "젊은 층의 신차구매 비중 감소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면서도 "특히 한국에서는 30대 구매 비중의 감소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된데다 심각한 취업난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청년 취업난은 ‘재난수준’이다. 청년(15~29세)의 체감실업률은 20%를 웃돌고, 전체 실업률(3.7%)과 청년실업률(9.8%) 격차는 6%포인트가 넘는다. 20대 후반과 경쟁을 해야 하는 30대 초반의 구직난도 심화되고 있다.
취업이 안 되거나 늦고, 부채가 증가하는 상황이 겹치면서 30대는 저축보다 빚이 더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30대 가구(118.9%)만 유일하게 100%를 넘었다. 100만원 저축했다면 빚이 119만원 있다는 의미다.
차량 구매를 유인할 수 있는 혼인율과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도 큰 이유다. 회사원 김상원씨는 "무리해서 차를 살 만큼 여윳돈도 없고, 아직 미혼이라 차가 없어 불편한 것도 없다"며 "돈을 모아 집을 사야 하는데, 차를 굴리다가 노후 생활까지 굴러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차량공유 서비스의 발전도 차량 구매를 떨어뜨렸다. 대표적인 국내 차량공유 기업인 쏘카는 2012년 차량 100대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7년 만에 보유 차량 1만대를 넘어섰다.
김 실장은 "30대가 차량을 살 수 없으니 필요할 때 빌려 쓰는 차량 공유 쪽으로 차량 소비 방향이 바뀌고 있다"며 "젊은 층은 세대 특성상 여가를 중시하는데도 차량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그만큼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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