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없는 ‘친절한’ 팀장이 부하직원 망친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9.06.14 06:31

[따끈따끈 새책] ‘실리콘밸리의 팀장들’…까칠한 인재마저 사로잡은 그들의 지독한 솔직함

한국의 지금 분위기에서 ‘윗사람’의 지적은 ‘갑질’처럼 비치기 십상이다. 능력이나 효율성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도, 좋은 관계 유지로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 피하기에 골몰한다.

실제 상식 밖 갑질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작은 지적조차 금기시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당신에게 관여 안 할 테니, 나에게도 비난하지 마라” 같은 정서는 직장 내 ‘모범 답안’처럼 애용된다.

저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자신이 회사를 설립한 뒤 ‘즐겁게 일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의욕도 넘쳤다. 밥이라는 직원이 입사했을 때 회사는 환호했다. 친절하고 재미있고 배려심 깊은 인성에 평판도 좋았다.

하지만 그의 업무는 첫날부터 엉망이었다. 저자는 그를 지적하는 대신 직접 그의 부족한 업무를 보완했다. 처음엔 저자만 도왔지만, 몇 달이 지나자 나머지 직원들도 밥의 업무를 지원하느라 야근을 해야 했다. 결국 저자는 밥을 해고했다. 밥은 회사를 나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왜 진작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제가 잘못하고 있다고…”

업무 역량이 떨어지는 팀원을 지적하는 일은 쉽지 않다. 팀원 마음에 상처를 주고 팀장에게도 불편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도발적 해답은 스티브 잡스가 먼저 내놨다.

“그들이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때 상사가 정확하게 지적해주는 겁니다. 투명하면서 분명하게 말해야 합니다. 그래서 다시 정상궤도로 올려놓아야 합니다. 물론 그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죠.”

팀장과 팀원의 관계를 연구하는 데 실리콘밸리 만한 데가 없다. 인재들이 만족감을 못 느낄 때 ‘갈 곳’이 많은 이곳 특성상, 언제든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8년간 구글에서 직원 700명을 관리하는 등 25년간 조직을 이끈 저자는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리더들 사이에서 널리 퍼지고 있는 새로운 소통 방식을 연구해 ‘관계’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는다.


결론은 ‘완전한 솔직함’의 습득이다. 팀장과 팀원 사이엔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선 깊은 관계인 ‘개인적 관심’(A)과 직원에게 피드백을 전하는 노력인 ‘직접적 대립’(B)이 그것. 이 두 요소를 합친 것이 완전한 솔직함(C)이다.

A와 B를 모두 갖추면 효과가 극대화(C)되고, B만 있으면 ‘불쾌한 공격’이 된다. A없는 B는 팀원을 열등한 존재로 보기 쉽기 때문. A만 있으면 ‘파괴적 공감’으로 치닫는다. 이는 관리 실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사례로, 친절함을 우선하는 업무 환경으로 성과 개선이 어려워질 확률이 높다. A와 B 모두 없다면 ‘고의적 거짓’으로 향한다. 엉망인 보고를 보고 마음에 들었다고 한 뒤 다음 보고는 다른 직원에게 맡기는 식이다.

러시아엔 이런 우화가 있다. 어떤 사람이 개의 꼬리를 잘라야 하는 상황에서, 개를 사랑한 나머지 하루에 1인치씩 잘랐다. 개의 고통을 덜어주는 의도였지만, 실제론 개에게 더 많은 고통을 안겨준 꼴이었다.

업무 성과가 낮은 팀원을 상대할 때 해고하기 전 다음 3가지는 물어봐야 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 팀원에게 완전하게 솔직한 조언을 주었는가, 팀원이 자신의 성과가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이해했는가,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서 조언을 구했는가이다.

쓴소리를 미루는 팀장이 되레 부하직원을 망치는 건 아닌지, 현재 우리 조직 사회가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할 화두다.

◇실리콘밸리의 팀장들=킴 스콧 지음. 박세연 옮김. 청림출판사 펴냄. 408쪽/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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