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도시정비 막는 '정비구역 해제'

머니투데이 여지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 2019.06.25 05:50
여지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올해 하반기와 내년, 정비구역 해제와 관련해 도시정비업계의 분쟁과 갈등이 예상된다.
 
먼저 내년 3월부터 일몰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도시정비사업은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회 승인,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등의 단계를 거쳐 이뤄진다.

일몰제란 정비사업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면 정비구역 지정이 자동으로 해제되는 제도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지 2년이 경과했는 데도 추진위원회의 승인 신청이 되지 않는다거나 추진위원회 승인일로부터 2년이 지났음에도 조합설립인가 신청이 되지 않는 경우 등이 해당한다.
 
정비구역 지정권자는 이러한 사유가 있으면 정비구역을 반드시 해제해야 한다. 이를 기속적 정비구역 해제라고도 한다. 이러한 내용의 일몰제가 적용되는 곳은 서울시만 해도 성수전략2주구 등 38곳에 이른다.
 
정비구역이 해제되면 정비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가므로 그동안 투입한 막대한 비용을 날리게 된다. 한번 해제되면 사업을 재추진하기도 쉽지 않다. 도시정비법은 직권해제제도를 두고 있다. 도시정비법이 직권 해제 사유로 삼은 것은 정비사업으로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이 예상되는 경우 추진 상황으로 보아 정비구역을 지정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이다.
 
지난 4월 개정돼 오는 10월 시행을 앞둔 도시정비법에선 직권해제 사유가 늘었다. 추진위원회가 구성되거나 조합이 설립된 정비구역이라고 하더라도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가 정비구역 해제를 요청하면 직권해제할 수 있도록 했다. 추진위원회 구성 또는 조합설립에 동의한 토지 등 소유자의 일정비율 이상이 정비구역 해제를 요청하는 경우도 해제사유로 추가했다. 현행 도시정비법상 직권해제는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구역에서 소유자의 30% 이상이 정비구역 해제를 요청하는 경우만 가능한데, 앞으로는 추진위원회가 구성됐거나 조합이 설립됐더라도 정비구역 해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간 직권해제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마련을 시도 조례에서 담당하다 보니 이를 둘러싼 분쟁이 잦았다. 지자체에서 시도 조례를 실질적으로 새로 입법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 해석을 두고 갈등을 빚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 조례는 ‘해당구역이나 주변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보전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정비구역의 추진상황으로 보아 지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규정한다. 이에 서울시장은 2017년 종로구 사직동 일대 사직2구역을 역사적, 문화적 가치보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정비구역에서 해제했다.
 
사직2구역 조합은 서울시장의 정비구역 해제처분에 대해 무효확인을 청구했다. 최근 대법원은 ‘해당구역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보전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정비구역의 지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서울시 조례는 도시정비법이 조례에 위임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무효며, 서울시장의 해제처분은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사업성이 없거나 주민의 갈등이 극심해 도저히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곳에 대해서는 정비구역 지정을 해제할 필요성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사업이 상당히 진척됐거나 사업성이 충분한 곳마저 일부 토지 등 소유자와의 마찰이나 갈등으로 사업진행이 막히는 것은 문제다.
 
직권해제 요건의 구체적 기준과 관련해 지자체들이 위임의 범위를 벗어나 조례를 제정함으로써 정비사업자의 혼란이 가중된다. 지자체의 조례 및 해석에 대한 법적 검토를 두고 도시정비업계의 분쟁과 갈등이 예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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