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8통 …김정은·트럼프의 '브로맨스' 친서외교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 2019.06.13 05:38

[the300]북미관계 고비 때마다 친서로 돌파구…문정인 “새 가능성 열릴 것”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재생에너지 관련 연설을 위해 아이오와주로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밝히며 “이번 친서로 뭔가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9.06.12.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는 공식 확인된 것만 8개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받은 친서는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첫 정상간 톱다운(정상외교) 소통이다.

김 위원장은 북미관계가 고비를 겪을 때마다 친서를 통해 돌파구를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이번에도 정상간 신뢰와 약속을 다시 확인하는 내용과 비핵화 협상 재개의 촉매가 될 수 있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겼을 것으로 관측된다.

◇첫 번째 친서=싱가포르 1차회담 돌파구= 김 위원장의 첫 번째 친서는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열흘 가량 앞둔 1일(현지시간) 전달됐다. 2000년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빌 클린턴 대통령과 면담에서 전달한 이후 18년 만에 건네진 북한 최고지도자의 친서였다.


북한은 당시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된 상황임에도 더 많은 비핵화 보상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미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24일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도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전격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전 통일전선부장)을 백악관으로 보내 친서를 전했다. 서면 소통은 위기에 빠진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를 다시 살리는 역할을 했다.

◇두 번째 친서=협상 끈 유지 효과=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해 7월 6~7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손에 두 번째 친서를 들려 보냈다.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이었지만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불발되는 등 ‘빈손 방북’ 논란이 불거졌던 때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12일 폼페이오 장관이 받아온 김 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하며 국내 비난 여론을 눅이려 했다. 결과적으로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전개된 팽팽한 기싸움에도 북미간 협상의 끈을 유지하는 효과를 냈다.

【워싱턴DC=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았다는 친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으로부터 훌륭한 친서를 받았다며 머지않은 미래에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9.01.03.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세 번째 친서= 북미정상 신뢰 확인= 김 위원장은 지난해 7월 27일 정전협정일에 맞춰 미군 전사자 유해 55구를 송환하는 과정에서 친서도 함께 보냈다. 북미 후속 협상 교착 국면에서도 정상간 신뢰를 재확인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됐다.

◇네 번째 친서= 2차 북미정상회담 요청= 김 위원장은 이어 9월9일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네 번째 친서를 보냈다. 당시 미 국방장관이 한미 연합훈련의 재개 가능성을 언급하고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취소되는 등 관계가 악화하는 시점이었다.

백악관은 9월10일 친서 내용의 일부를 공개했다. “김 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요청했고 관련 일정을 양측이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악화일로에 있던 북미관계는 급속히 해빙기를 맞았다. 9월18~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성사의 단초가 됐다.

◇다섯 번째 친서="아름다운 편지"= 트럼프 대통령은 9월26일 유엔총회 계기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양복 안주머니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꺼냈다. 그러면서 ‘예술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이제껏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편지였다”며 “두 개의 편지 중 한 통을 아베 총리에게 보여줬을 때 그가 '역사적인(historic) 편지'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여섯 번째 친서=톱다운 소통 재개= 지난 1월2일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한 다음날 여섯 번째 친서가 공개됐다. 북미 정상의 직접 소통 창구 역할을 해 온 '친서외교'가 4개월 만에 재개된 셈이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 외에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친서를 보냈다. 중재자를 자임했던 문 대통령을 역할을 활용해 비핵화의 대가로 미국의 적극적인 상응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였다.

남북미 정상의 톱다운 접촉은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김 위원장 서울 답방 성사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친서를 들어 보이며 “또 하나의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은 트럼프와 김영철이 회동한 다음 날인 19일 트위터로 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출처=댄 스커비노 트위터>2019.01.20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일곱 번째 친서= 하노이 2차회담 성사= 김 위원장의 일곱 번째 친서는 지난 1월18일(현지시간) 백악관을 찾은 김영철 부위원장 편에 전달됐다.


김 부위원장은 2박3일 일정으로 워싱턴을 방문해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문제와 비핵화 문제를 논의했다. 미 NBC방송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크게 추어올리면서 일대일 단독 담판으로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여덟 번째 친서, 3차회담 '마중물'?= 트럼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전달 사실을 공개한 김 위원장의 여덟 번째 친서는 '하노이 노딜' 이후 4개월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북미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카드로 읽힌다.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일(3차 정상회담)이 벌어질 수 있다. 어느 시점에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친서를 공개한 시점도 절묘하다. 지난해 6.12 첫 정상회담으로부터 꼭 1주년된 날이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그동안 전혀 대화나 접촉이 없었던 점을 감안했을 때 북미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문 대통령이 북미·남북대화가 곧 열릴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을 했는데, 금명간 한미·남북·북미에서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예측해본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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