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깜깜이' 전기 원가, 이제는 공개해야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 2019.06.14 04:00
"이르면 하반기부터 공급원가를 포함해 전기요금에 대한 투명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공개하겠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누진제 개편 공청회. 패널 토론자로 참석한 권기보 한국전력 영업본부장이 '폭탄 발언'을 꺼냈다. 영업기밀이라던 전기 원가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 예고없던 발언에 일각에선 누진제 개편에 따른 부담을 안게 된 한전이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이 발언은 하루 만에 뒤집혔다. 한전은 다음날 "용도별 원가를 공개하겠다는 취지는 아니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현장에서 "용도별 원가 공개를 추진하겠다"는 말 자체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발언 자체를 못 들은 것으로 해달라는 것과 다름 없었다. 참고로 당시 현장에는 취재진과 일반인 참석자를 포함해 150여명이 있었다. 번복 과정에서 정부의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는 뒷얘기도 나왔다.

이를 단순히 해프닝으로 볼 수 만은 없다. 누진제를 포함해 전기요금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 배경에 '깜깜이' 요금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달 전기요금을 내면서도 책정된 가격이 과연 합당한 수준인지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 원가 공개가 이뤄지지 않으니 전기를 만드는 데 든 비용이 요금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알 수 없다. 정상적인 요금체계라면 원가를 반영해 설계돼야 한다. 지금의 불투명한 방식은 소비자 불만, 더 나아가 요금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전기와 같은 공공재인 물(상하수도)은 원가를 공개한다. 정부는 심지어 민간이 경쟁하는 통신시장에도 원가 공개를 압박해 왔다. 그러나 한전 독점체제인 전력시장에서만큼은 원가를 숨기고 있다. 한전이 원가 공개 입장을 번복하고, 정부는 "부작용이 많다"며 미온적인 모습에 입맛이 쓰다. 모두가 불만인 전기요금 체계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가격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공감 받는 전기요금은 원가 공개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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