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10% 돌려준다는 지역화폐…알고도 못쓰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 2019.06.13 06:09

지역화폐 열풍 그 이면엔…"그냥 카드가 편하다"는 디지털 소외계층

왼쪽부터 애플리케이션 '인천e음카드', '서로e음카드'./사진=한민선 기자

"어디서 사도 사용 금액의 10%를 돌려주니, 무조건 10% 할인받고 사는 거라고 보면 돼요. 안 쓰면 바보죠"(인천광역시에 거주하고 있는 주부 김모씨)

어떤 금융 상품보다 혜택이 커 너도나도 사용하고 있는 '지역 전자화폐'에 대한 이야기다. 회사 근처 식당, 동네 단골 미용실 심지어 학교 앞 PC방에서까지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이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없어 '바보'가 되는 이들도 있다. 노인 등 디지털 소외 계층은 지역화폐 및 지역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화폐·OO페이 열풍…인천시 발행액 644억원 돌파
인천e음 사용방법./사진=인천e음 홈페이지 캡처
최근 인천에서는 지역화폐인 '인천e음'이 인기다. 인천시가 지난달부터 결제 금액의 일정 부분을 돌려주는 '캐시백 제도'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인천e음카드를 사용하면 결제액의 6%(국비 4%, 시비 2%)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카드캐시로 준다. 인천시에 따르면 5월말 발행액(충전액)은 644억원에 달했다.

인천시의 각 군·구는 인천e음 플랫폼을 활용해 자체 실정에 맞는 상품권 운영방식을 구성해 운영할 수 있다. 인천시가 기본 캐시백 6%를 지원하고 구에서 나머지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에 인천 서구가 이달 '캐시백 10%' 혜택을 주는 '서로e음카드'를 발행했다. 연수구, 미추홀구, 남동구 등 3개 구도 6~7월 전자화폐를 발행할 예정이다.

지역화폐의 인기는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의 지역화폐 'Thank You Pay-N' 발행액은 발행 50일 만에 35억원을 넘어섰다. 남양주시는 충전 금액의 6%의 인센티브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명절 등에는 10%를 돌려줄 예정이다.


제로페이(서울)·김포페이 등 지역 기반 모바일 결제 시스템 활용도 늘고 있다. 김포페이의 경우 충전할 때 6~10%를 김포시에서 지원한다. 노원의 경우 봉사자에게 시간당 700노원(NOWON)을 제공한다.

◇등록도 사용도 '앱'으로…"카톡도 어려운데"
인천e음 카드 발급방법./사진=인천e음 홈페이지 캡처

문제는 이 같은 전자화폐 및 결제 시스템이 대부분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작동돼 노년층, 장애인, 저소득층 등 디지털 소외 계층이 이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역 상권을 살리자는 목표 아래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지만, 이들은 또 한 번 소외되고 있다.

최근 지역전자화폐는 기존 지류형 상품권에서 카드나 모바일 결제로 넘어가는 추세다. 대부분 등록이나 사용을 위해서는 앱이 필요하다. 인천e음 카드의 경우 앱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로드한 후 회원가입을 해 배송을 신청해야 한다. 이후 앱에 배송된 실물 카드를 등록한 후 은행 계좌를 연결해 충전하면 된다.
제로페이 결제방법./사진=제로페이 홈페이지 캡처

모바일 결제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제로페이로 물건을 구매하려면, 스마트폰 앱을 실행해 QR코드 인식을 해야 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신모씨(83)는 "제로페이를 처음 들어본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신모씨에게 사용 방법을 설명하니 "이거(카카오톡)도 아직 어렵다. 그냥 카드가 편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스마트폰을 익숙하게 사용하는 사람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안광호 인천광역시 소상공인정책팀장은 “현재 앱을 사용하지 않고 인천e음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등록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정액권을 판매할 계획”이라며 “예를 들어 5만원을 주고 정액권을 구매하면, 6%에 해당하는 금액을 추가로 넣어주는 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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