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리기 게임'으로 친구 죽인 10대들…"재미삼아 괴롭혔다"

머니투데이 조해람 인턴기자 | 2019.06.12 09:47

집단폭행하다 피해자 사망하니 도주…'두고 온 물건' 찾으러 태연히 돌아와

광주 한 원룸으로 들어가는 가해자들의 모습.(광주지방경찰청 제공)/사진=뉴스1
친구에게 '욕'을 강요해놓고, 욕하면 왜 욕하냐고 때렸다. 그렇게 그들은 또래를 죽였다.

직업학교에서 만난 또래를 괴롭히고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10대 4명이 경찰에 자수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자수한 A씨(19) 등 10대 4명을 긴급체포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이날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9일 오전 1시쯤부터 광주 북구 한 원룸에서 약 30분 동안 친구 B군(18)을 번갈아 때리거나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뒤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B군에게 자신들 중 한 명을 강제로 놀리게 한 뒤 B군이 놀리면 놀렸다는 이유로 목발과 주먹 등으로 폭행한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재미 삼아" 시작한 '놀리기 게임'…B군은 깨어나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4명은 고교 동창 또는 동네 친구 사이로, 지난 3월부터 북구의 한 원룸에서 함께 살았다. 이들은 두 달 전 광주의 한 직업학교에서 B군을 알게 됐다. 이들은 근처에 사는 B군을 자주 불러 심부름을 시키거나 우산·목발 등 도구로 상습 폭행해 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B군이 말을 듣지 않아 지난달부터 재미 삼아 괴롭혀왔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전날인 8일 오후 11시쯤, 이들은 B군을 원룸으로 불러 배달 음식을 시켜먹은 뒤 집단 괴롭힘을 시작했다. '놀림 게임'이었다. 이들은 B군에게 자신들 중 한 명을 지명해 '욕을 해보라'고 강요했다.


강요에 못 이긴 B군이 욕을 하면 놀렸다는 이유로 폭행했다. 이들은 B군을 20~30차례씩 주먹·발 또는 목발 등의 도구로 때린 것으로 밝혀졌다. 무차별 폭행 직후에도 이들은 '차에서 담배를 가져오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며 B군을 방에 가두고 또 폭행했다. 1시30분쯤, 쓰러진 B군은 깨어나지 못했다.

◇렌터카 타고 도주했지만 자수…경찰 구속영장 신청
B군이 쓰러지자 이들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하지만 B군이 깨어나지 않자 이들은 이불을 덮어두고 옆 방에서 2시간 동안 도주 방법 등을 논의했다. 이들은 렌터카를 몰고 일행 중 일부의 고향인 순창으로 도주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9일 오전 3시47분 원룸을 나온 후, 곧바로 다시 들어가 두고 온 소지품과 B군의 휴대전화를 챙겨 나왔다. 원룸을 나온 이들은 차를 타고 순창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들은 부모의 설득으로 범행 다음날인 10일 오후 10시40분쯤 전북 순창경찰서에 "광주 북구 한 원룸에 친구 시신이 있다"며 범행을 자수했다.

경찰은 이들의 죄질이 무겁고 재범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1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보강 수사와 B군에 대한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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