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10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체격의 차이가 있더라도 수면제를 먹어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충분히 공격이 가능하다"며 "남아있는 현장 증거를 보면 피해자의 혈흔이 벽 쪽에 있는 게 아니라 천장 쪽에 많은 양이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피해자가 시신 훼손을 누워서 당했을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는 것"이라며 "시신을 훼손할 수 있는 모든 흉기를 다 가지고 들어갔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졸피뎀을 먹였다면 여성의 힘으로도 범행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앞서 키 160cm에 몸무게 50kg인 왜소한 체격의 고유정이 키 180cm, 몸무게 80kg인 전 남편을 어떻게 살해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해 제주동부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고유정의 차량에서 채취한 피해자의 혈흔을 분석한 결과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이 검출됐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감정에서는 약독물이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이 2차 검사를 요청한 결과 '졸피뎀'이 검출됐다. 경찰은 고유정이 지난달 17일 충청도 청원군의 한 병원에서 수면제를 처방받아 인근 약국에서 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고유정의 살해 방법과 관련된 수사가 진척될 것으로 보인다. 졸피뎀은 뇌에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작용을 강화해 진정 및 수면에 효과가 빠르다. 불면증의 단기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로 약물 의존성과 오남용 위험이 있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왔다.
이 교수는 강씨가 성폭행을 시도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고유정의 진술에 "기망하려는 주장으로 보이며 우발적 살인이라고 몰고 가기 위한 사전 계획이었던 것 같다"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려고 남편의 휴대전화로 자신에게 문자 보낸 것을 보면 짜여진 시나리오 같다. 형량에서 유리한 조건이니까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제주시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최소 3곳 이상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난 1일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지난 5일 경찰은 인천시 서구 재활용품업체에서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뼈 일부를 발견했다. 발견된 유해는 뼛조각으로 소각장에서 500~600도로 고열 처리돼 3㎝ 이하로 조각난 채 발견됐다.
경찰은 유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피해자의 것인지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유해가 이미 소각된 만큼 신원 확인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찰은 그동안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수사 만료일인 12일까지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힐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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