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평화센터가 이 여사의 생애를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옥중에 있을 동안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편지를 썼는데 편지에는 가정사 외에 철학적·신학적 논쟁거리, 남편의 투쟁에 대한 격려 등이 담겨 있었다. 이 여사는 면회를 갈 때마다 김 전 대통령이 요구한 책 외에 자신이 직접 고른 서적 1~2권을 함께 전했다.
김 전 대통령과의 운명적인 만남은 이 여사의 인생행로 전체를 흔들었다. 김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경쟁한 1971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최고통치권자의 최대 정적이 됐고, 이 여사의 인생에도 가시밭길이 펼쳐졌다.
같은 해 계엄령 선포와 '10월 유신' 단행 이후 김 전 대통령은 망명·납치·구금·연금 등의 고초를 겪었다. 24시간 감시와 도청이 계속됐고, 급기야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게 됐다.
1977년 '3·1 구국선언문' 사건으로 김 전 대통령이 구속되자 이 여사는 1년 가까운 석방투쟁과 정치활동을 벌였고, 가장으로서의 책무도 맡았다. 당시 건강도 극도로 악화돼 키 172㎝에 몸무게가 43㎏까지 빠졌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마다 관절염이 도졌고, 밥을 먹다 말고 수저를 손에 쥔 채 소리 없이 울기도 했다고 한다.
독재정권의 탄압으로 죽음을 넘나드는 고난을 겪으면서 김 전 대통령과 이 여사는 부부 관계를 넘어 독재와 싸우는 지도자와 동지가 됐다.
한편, 이 여사는 올해 봄부터 노환으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오다 10일 밤 별세했다. 이 여사의 분향소는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에 마련될 예정이다. 조문은 11일 오후 2시부터 가능하다.
발인은 14일 오전 6시다. 장지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이다. 장례예배는 14일 오전 7시 신촌 창천교회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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