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 비핵화 거래 '1승1패'…김정은·트럼프의 3차전

머니투데이 오상헌 , 김성휘 , 권다희 기자 | 2019.06.10 20:04

[the300][런치리포트-6.12 1주년](종합)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대치...하반기 한반도 정세 분수령


【하노이(베트남)=뉴시스】고승민 기자 =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틀째인 28일 베트남 하노이 국제미디어센터 대형 모니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단독회담 영상이 중계되고 있다. 2019.02.28. kkssmm99@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하노이에서 유턴한 美, 센토사로 돌아가려는 北

‘1승1패’. 지난 1년간 두 차례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은 북미 정상의 거래 성적표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 △미군 유해 발굴 및 송환 등 4가지에 합의했다. 이른바 ‘센토사 합의’다. 한반도 평화와 북미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한 역사적인 공동합의문이었지만 결과적으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완승이란 평가가 많았다. 미 조야에선 ‘거래의 달인’이라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참패했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원론적 비핵화 합의 외에 구체적 방법론이 빠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비핵화 개념과 범위의 모호성, 비핵화의 후순위(3항) 배치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선 반전이 일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김 위원장에게 ‘스몰딜’(단계적 합의·단계적 이행)이 아닌 ‘빅딜’(일괄타결)을 요구하면서다. 트럼프의 정적들조차 “배드딜(나쁜 합의)보단 노딜(합의무산)이 낫다”는 후한 평가를 내놨다. 센토사의 악몽을 만회하려는 ‘의도적 노딜’이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오는 12일이면 싱가포르 회담이 꼭 1년을 맞는다. ‘하노이 노딜’ 이후 롤러코스터를 탄 한반도 정세는 3개월 넘게 긴장·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대북제재를 위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어니스트호를 지난달 압류했다. 북한을 협상장으로 다시 끌어내려는 최대한의 압박 전략이다. 북한은 지난달 두 차례 단거리 미사일을 쏘는 무력시위로 맞불을 놨다. 여차하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을 수 있다는 경고 신호를 보낸 것이다.

북미 정상은 그럼에도 여전히 신뢰와 케미(궁합)를 강조한다. 세 번째 흥정(3차 북미정상회담)의 여지도 명확히 열어 두고 있다. 분기점은 올 하반기가 될 공산이 크다. 김 위원장은 미국에 올해 말을 협상 시한으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8일(현지시간) 재선 도전 캠페인을 시작한다. 선거 시즌엔 북한의 도발을 막는 ’상황관리‘가 절실하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북핵 문제의 실질적인 외교적 성과도 필요하다. 이달 말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없지 않다.

관건은 비핵화 방법론과 상응조치 교환 등의 이견을 조정하는 일이다. 북미 정상 모두 하노이에서 서로에게 내민 계약서를 수정할 기미가 없다. 북한 문제 전문가인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출연해 “북미 정상이 흡사 부동산 거래에서 계약금을 두고 흥정하는 것 같다”고 했다. 미국은 신용이 없는 북한에 많은 계약금(영변폐기+α)을 요구하는 반면, 북한은 최소한의 계약금(영변폐기)만 내고 높은 금액의 계약금(제재완화)을 얻겠다는 심산이라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은 싱가포르 회담 1주년을 앞둔 지난 4일 대변인 담화에서 “6·12 조미(북미)공동성명 이행에 충실하려는 우리의 입장과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미국이 ‘새 계산법’을 들고 나와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을 다시 환기한 것은 신뢰구축 조치가 선행돼야 비핵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읽힌다. 반면 미 국무부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목표(센토사 합의)를 향한 동시적, 병행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북한과 건설적 토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선(先) 비핵화-후(後) 상응조치’ 입장에선 물러선 것이지만 비핵화와 보상 조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북유럽 순방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슬로 포럼 연설에서 어떤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심거리다. 우리 정부는 4차 남북정상회담 성사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의 접점 마련에 외교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싱가포르 북미 文 ‘절치부심’..오슬로서 찾는 ‘슬로 모멘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인 12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에서 연설한다. 2017년 7월 독일 베를린에서 발표한 ‘베를린 구상’이 1년 후 싱가포르 회담으로 이어진 것처럼 ‘오슬로 구상’이 3차 북미 비핵화 협상을 촉진할지 주목된다.

“20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실패했던 대북포용정책을 닮았다”. 베를린 구상(쾨르버재단 연설) 발표 당시 야당의 평가다. DJ가 남북대화와 화해를 추진했으나 북한이 합의를 어기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했다는 점을 강조한 비판이었다. 문 대통령의 당시 연설은 2000년 3월 김대중 대통령이 베를린 자유대학 연설에서 내놓은 원조 ‘베를린 선언’을 오마주한 면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문 대통령 버전의 베를린 구상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팽팽했다.

‘중간점수’는 합격점이었다. 적어도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까지는 그랬다. 베를린 연설 1년 후인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됐으나 ‘하노이 노딜’ 이후 상황이 급반전했다. 문 대통령의 ‘오슬로 구상’은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의 긍정적 에너지를 되살리자는 의미가 있다.

물론 단기간에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던 평창동계올림픽처럼 ‘퀵(quick) 모멘텀’이 되긴 쉽지 않다. 북미 관계와 한반도 주변 상황이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슬로(slow) 모멘텀’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중장기적으론 상황 변화를 충분히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베를린 구상 발표 6개월 후인 2018년 1월에야 평창 참가를 공언했다.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2019.6.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슬로 구상엔 북미와 국제사회를 향한 협상 재개의 메시지가 담길 전망이다. 오슬로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전도사였던 김 전 대통령과도 관련이 깊은 곳이다.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고 연설했던 장소다. 베를린에 이어 DJ의 한반도평화 행보와 다시 겹친다. 노르웨이 외에 다른 순방국도 북핵 협상과 인연이 적잖다.

핀란드는 헬싱키 프로세스의 현장이다. 헬싱키 프로세스는 1975년 미국과 구소련, 유럽 등 냉전기 동서 진영의 35개국이 처음 한자리에 만나면서 가동됐다. 그때 맺은 헬싱키 의정서는 상호주권존중과 전쟁방지, 인권보호 등 기념비적 내용을 담았다. 문 대통령의 마지막 방문지인 스웨덴 스톡홀름은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남북미 3자가 실무회담을 가진 곳이다. 이번엔 다시 후퇴할 수 없다는 ‘절치부심’의 공간이 되는 셈이다.

문 대통령은 오슬로 연설을 시작으로 다단계 접근을 모색한다. 이달말 오사카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방한해 한미 정상회담도 갖는다.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 러시아, 일본 정상과 연쇄 회담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정세현 “美 ‘빅딜’서 한발 물러나..이달말 한미정상회담이 기회”

“미국의 입장이 조금 변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북한의 입장과 연결시킬 수 있는 중재안을 6월 한미정상회담 전 빨리 만들어 북미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0일 머니투데이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열릴 한미정상회담이 북한과 미국의 대화 교착을 타개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정세와 관련해 “반년은 희망에 들떠 있었고 반년은 잘못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 속에 산 기간”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월 제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은 미국 실무관료들의 선입관에서 비롯했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란 오랜 선입견이 ‘노딜’을 야기했다고 했다.

다만 정 전 장관은 “올해 4월을 넘기면서 반전의 기운이 감도는 것 같다”고 평가했가. 미국이 ‘빅딜’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가 지난달 비핵화 논의와 관련해 사용한 ‘동시적이고 병행적으로’(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란 표현을 근거로 들었다. 정 전 장관은 미 국무부의 이 표현이 지금까지 미국이 고수해온 입장과 “조금 다른 얘기”라며 “미국이 ‘빅딜론’에서는 물러났다고 본다”고 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와 남북경제협력 전망' 민평련 전문가 초청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03.05. yes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그는 이를 근거로 “6월 말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이 하노이 회담 때 제시했던 빅딜 보다는 진전된 동시적이고 병행적인 북핵 문제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은 그러면서도 “미국이 먼저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면 이러한 접점을 찾는 방향으로 우리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가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림을 그려 미국에 설명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맞아 (미 국무부가 밝힌 ‘동시적이고 병행적으로’ 대비) 한 발 더 나아간 기조의 논리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미대화 재개 시점에 대해선 올해 가을쯤 북미 모두 협상에 나설 유인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내년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북핵 문제의 진전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내년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마지막 해를 앞두고 협상에 속도를 내려할 수 있어서다.

이런 배경 속에 그는 “이달 말까지는 북미 모두 만족할만한 합의가 나오도록 우리 정부가 준비해야 한다”며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회를 잘 살려 다음 달에라도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게 문재인 대통령이 조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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