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굶어 죽는데 부모는 술과 게임…아이는 왜 낳았나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 2019.06.10 06:05

인천서 7개월 된 영아 홀로 방치돼 사망…반복되는 영아 살해 사건

지난 7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미추홀경찰서에서 생후 7개월 여자아이를 아파트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부모 A(21·왼쪽)씨와 B(18)양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방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사진=뉴스1

인천에서 어린 부모가 7개월 된 영아를 일주일 가까이 홀로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부모가 아이를 방치해 놓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게임을 즐긴 것으로 드러나며 사회적 공분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 여청수사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A씨(21)와 B양(18)이 지난 7일 구속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6일간 생후 7개월인 딸 C양(1)을 혼자 방치해 숨지게 했다며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C양은 지난 2일 오후 8시25분쯤 인천 부평구 부평동의 한 아파트에서 종이박스에 담겨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B양은 남편 A씨의 잦은 외도와 외박, 양육 문제 등으로 다툰 후 지난달 25일 오전 7시쯤 C양을 홀로 자택에 방치한 채 외출했다. 이후 A씨가 지난달 31일 오후 4시15분쯤 자택으로 귀가해 딸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서로 아이를 돌볼 것으로 생각해 각자 외출했다. 6일 후 집에 돌아와 보니 아기가 숨져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7개월 아이 집에 둔 채 술 먹고 게임하고…"짐승만도 못 하다" 분노 들끓어
숨진 7개월 아기 친모 SNS캡처 이미지/사진=뉴스1
친모 B양은 딸 C양이 집에 홀로 방치된 날로 알려진 지난달 25일부터 28일 새벽까지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충격이 일고 있다.

B양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달 25일 '오랜만에 모여서 술 마셨다', 26일 '어제 오늘 같이 술 마셨다', 27일 '어제 술마시고 오늘도 술마시고'라는 내용의 글과 함께 술자리 사진을 첨부해 올렸다.

해당 술자리 마지막 게시글은 지난달 28일 오전 2시55분에 올려졌다. '작은언니 아는 오빠 분이랑 2차까지 달리고, 끝까지 달리기'라는 내용이다.

B양은 남편 A씨가 숨진 딸을 발견한 이후인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달 31일 밤 11시44분쯤에는 욕설과 함께 '3일 연속 안좋은 일만 일어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아내가 지인들과 술을 마시는 사이 A씨는 게임 중이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딸을 방치한 채 게임방을 다니며 생활했다고 진술했다.

철없는 어린 부부의 이같은 만행이 알려지며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누리꾼들은 "철이 없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부모 자격이 없다", "술자리에 게임방까지…사람이 아닌 것 같다", "짐승도 자기 새끼를 굶겨 죽이진 않는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하고 있다.


◇반복되는 영아 살해사건…준비 안된 부모, 자녀 학대 많아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대중들은 A씨 부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부모 자격 없는 이들을 엄벌로 다스려 이 같은 사건이 반복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누리꾼 D씨는 "더는 부모 될 준비도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소중한 아이를 이렇게 보내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누리꾼 E씨 역시 "이런 사람들은 일평생 부모라는 자격을 못 갖게 해야 한다. 부모의 자격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인 사람끼리의 결합은 이처럼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킨다. 키울 자신 없으면 제발 낳지 말아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4월에도 30대 여성이 자신이 낳은 신생아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경기 남양주경찰서에 따르면 F씨(36)는 지난 4월12일 전북 정읍시에서 자신이 낳은 남자 신생아를 살해하고 근처 초등학교 담벼락에 시신을 이불 등으로 감싸 유기했다. 특별한 직업과 거처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던 F씨는 같은 달 6일 정읍시 있던 자신의 남자친구 차량에서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에는 열차 화장실 안에 신생아를 유기해 숨지게 한 20대 여성이 경찰에 자수하기도 했다. G씨(21)는 지난 3월29일 열차 화장실에서 아이를 출산한 뒤 그대로 버리고 달아났다. 아이는 코레일 하청 청소업체 직원에게 발견됐으나 숨진 상태였다.

지난해엔 8개월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40대 여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H씨(40)는 지난해 1월1일 인천 소재 아파트에서 생후 8개월 된 아들의 얼굴 등을 수차례 때리고 머리를 벽에 부딪히게 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H씨는 아들이 침대에서 떨어진 뒤 울음을 그치지 않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아들 시신은 이틀간 방에 방치하다 여행용 가방에 담아 베란다에 숨겼다.

누리꾼 I씨는 "많은 이들이 피임 없이 무책임하게 사랑을 나누고, 그 결과는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 죽은 아이한테는 정말 미안한 소리지만 낙태가 허용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능력도 안 되고 낳아서 키울 마음도 없는 부모 밑에서 태어나서 저렇게 학대받고 방치되다 고통 속에 죽을 생명이었다면 애초에 세상 밭에 내보내지 않는 것도 옳은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간한 '2017년 전국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 중에는 부모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2017년 아동학대로 판단된 2만2367건 중 76.8%인 1만7177건이 부모(양부모 포함)에 의한 학대로 조사됐다.

아동학대 문제와 관련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동학대의 주요 원인이 양육 태도와 방법 부족이 많은 점을 고려해 부모교육을 활성화하고 올바른 양육기술과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학대 행위자에 대한 상담과 교육, 부족한 가족 기능을 보완하고,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사후관리 부분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여 재학대를 철저하게 방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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