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구중심병원 의사 창업 건수는 총 18건으로 최근 3년 사이 크게 증가했다. 2013년 창업 건수는 1건에 불과했지만 2014년 3건, 2015년 6건으로 증가하더니 2016년, 2017년에는 각각 19건으로 늘어났다. 김종재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병리과 교수)는 “의사 출신 바이오벤처 1세대 CEO들의 성공과 병원 중심 연구개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의사들의 창업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의사들의 창업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 보다 높다”고 말했다.
2000년 6월 설립된 메디포스트가 대표적이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 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임상병리과 전문의로 근무하던 중 제대혈(탯줄혈액) 은행 설립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바이오벤처를 창업했다. 제대혈 속 조혈모세포는 혈액 성분인 백혈구, 적혈구 또는 혈소판 등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백혈병 등과 같은 혈액질환 치료에 이용된다. 메디포스트는 제대혈 은행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제대혈 연구를 통해 동종(타인) 줄기세포를 이용한 무릎연골 결손 치료제 ‘카티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카티스템의 판매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올 1분기 판매량은 처음으로 1000바이알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매출도 사상 최대 분기실적(123억2900만원)을 달성했다.
치과용 임플란트 세계 판매 1위를 기록한 오스템임플란트를 창업한 최규옥 회장도 서울대 치과대학 출신이다. 여의도에서 오랫동안 치과병원을 운영한 최 회장은 오랜 연구 끝에 임플란트 국산화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임플란트뿐만 아니라 치과 관련 재료, 의약품·의료기기, 치과병원 인테리어 사업에도 뛰어들며 ‘치과 토털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성장성이 기대되면서 시가총액도 최근 크게 증가했다. 지난 10일 기준 시가총액은 1조643억원에 달한다.
세계 최초로 심근경색 줄기세포 치료제 ‘하티셀그램-에이엠아이’을 개발한 김현수 파미셀 대표도 의사 출신 CEO다. 김 대표는 아주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출신이다. 그가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의사 시절 환자에게 직접 줄기세포 치료를 해 본 경험이 바탕이 됐다.
의사 출신 CEO들의 성공사례는 또 다른 의사들의 바이오벤처 창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광훈 전 신촌세브란스 피부과 교수는 2017년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물질인 알러젠 제조 전문기업 ‘프로라젠’을 창업했다. 프로라젠은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알러젠을 자체 생산하고, 이를 이용한 면역진단 기술과 면역치료법을 개발 중이다. 향후 국내에 특화된 진단 시약 및 면역치료제 제조 등의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같은 해 강동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역시 뇌손상 후유장애 치료법 개발 전문기업 ‘뉴냅스’를 설립했다. 현재 뉴냅스는 치료법이 부재하거나 미흡한 뇌손상 후유장애에 대해 ‘지각학습(Perceptual Learning)’과 4차산업혁명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병원 내 의사들의 창업사례가 늘고 있다”며 “최근에는 의료 분야 이외에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관련 기업을 창업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