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토목공사 등 뭐라도 해야" 경기부진 대응책 미비한 문정부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 2019.06.10 06:20

[소프트 랜딩]추경과 반도체경기 회복만 기다리는 건 너무 안이하고 무책임한 자세

편집자주 |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지난 4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RB)의장은 시카고에서 열린 통화정책 콘퍼런스에서 향후 미국 경기가 둔화되거나 경기위협 요인이 가시화될 경우 정책금리 인하 등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집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도 FRB가 오는 11월 이전애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90%, 12월에 추가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80%로 올려 잡고 있다. 다시 말해 금융시장에서는 FRB가 연말까지 최소한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FRB의 정책금리는 2.25~2.50%인데, 만약 2차례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올해 연말 미국의 정책금리는 1.75~2.00%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만 해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금리 인상 기조를 고수했던 파월 의장의 입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금융시장은 파월 의장이 미중 무역전쟁을 명분삼아 '비둘기파'(통화완화주의)로 돌아섰다며 일제히 환호했다. 이에 전날까지 하락세를 거듭했던 미 뉴욕 증시는 다우지수가 2.06%, S&P500 지수는 2.14%, 나스닥 지수는 2.65%씩 급등했다.

참고로 미국의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연율 환산 3.1%를 기록했다. 물론 내용상으로 보면 소비지출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주(州) 정부가 대규모 재정 지출에 나섰고 여기에 기업 재고 증가와 관세 인상에 따른 무역적자 축소 등의 영향이 컸다. 현재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견조하고 연간 2%대의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럼에도 매파 성향이었던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그만큼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가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한편 향후 경기 하락에 대한 선제적 대응의 성격이 짙다. 즉 FBR는 미국 경기 움직임에 대해 민첩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은 단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주 호주 중앙은행(RBA)은 3년 만에 기준금리를 기존의 1.50%에서 0.25%p 인하했다. 이로써 호주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떨어졌다.

그 배경에는 역시 경기 부진이 깔려있다. 1분기 호주의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4%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인 0.2%에 비해 소폭 개선됐으나 예상치인 0.5% 수준에는 못 미쳤다. 즉 0%대 초반의 부진한 성장률이 지속되자 호주 중앙은행도 경기 부양을 위해 전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또한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eople’s Bank of China)도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경기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에 2차례, 2020년 중반에 한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애널리스트의 의견이 최근 cnbc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난 5월에는 아이슬란드(4.5%→4.0%), 뉴질랜드(1.75%→1.50%), 말레이시아(3.25%→3.00%)가 각각 금리를 인하했고, 특히 인도의 경우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올해에만 총 3차례에 걸쳐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참고로 인도의 지난 1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5.8%로 시장의 예상치였던 6.3%를 크게 하회하면서 2014년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지난달 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현행 1.75%의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연 1.50%에서 0.25%p 인상한 후 6개월째다.

물론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으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라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한은의 이러한 기준금리에 대한 스탠스는 국내 경기 대응이나 전망과 자꾸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한은은 경제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나서는 바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당시엔 어떤 정책적 필요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경제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나서 오히려 경기 과열 시에 사용되는 금리인상을 단행했다는 것은 이하해기 힘든 통화정책 스탠스다.

그런데 이번에도 한은은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과 물가상승률의 하방 위험이 다소 높아졌다며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취면서도 정작 이 총재는 기준금리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미 1분기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0.4%로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상황이고, 미중 무역전쟁은 다시 고조되고 있으며, 총수출의 2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7년만에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됐는데 말이다. 이 때문에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이라는 상저하고의 성장 경로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높아졌는데도 한은은 금리 인하 카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미 국내외 경기 부진으로 기업의 투자심리는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은 상황이고, 건설 경기는 각종 부동산 규제에 더해 대출까지 막혀버린 상황에서 반전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문재인 정부는 470조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을 지속해나가면서 재정의 힘으로 불경기를 극복해보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고용상황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가계소득이 얼마나 늘어날지 또 민간소비가 과연 경기 반전을 이끌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결국 경기를 이끌 여력은 정부의 재정지출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데, 정작 경기를 반등시킬만한 대규모 SOC 사업에는 투입되지 못하고 정부 정책상 생활 SOC라는 소규모의 건설투자만 집행될 예정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정부가 과거 4대강 사업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대규모 SOC 사업을 의도적으로 꺼리고 있는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가 SOC 예산에 대해 선택적으로 재정 지출하는 것까지 뭐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부진한 경기 회복이나 꺾인 성장률 제고를 위한 무언가 마땅한 대응책이 있어야 할텐데 적극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정부의 대응은 그저 하반기엔 반도체 경기가 개선되기를 바라고, 미중 무역갈등이 완화되기만을 기대하는 게 전부처럼 보인다. 그러다가 만약 반도체 경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무역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정부는 ‘플랜 B’라도 세워야 할 텐데 그러한 조치나 계획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지금 당장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경기를 반등시킬만한 엄청난 경제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정부의 자산시장 구조 재편이나 가계부채 구조조정 스탠스와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하지만 경제효과도 별로 크지 않는 미세먼지 대응이 중심이 된 6조7000억원에 불과한 추경예산을 편성해놓고, 그마저도 여야 간의 정쟁으로 심사조차 못하는 상황인데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기만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국가경제를 운영하는 정부로서 안이하다 못해 무책임한 자세다.

지금은 경기가 호조세인 미국조차 기준금리를 인하할 태세다. 가뭄에 기우제 지내듯 반도체 경기 회복과 추경 예산만 바라볼 게 아니라 부진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청와대와 정부는 한은을 향해 기준금리 인하를 강력히 요구하던지 아니면 대규모 토목공사라도 추진해야 한다. 더 기다려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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