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40% 근거 뭐냐" 文의 의문, 숫자로 확인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 2019.06.06 14:44

명목GDP 바뀌자 국가채무비율 등 줄줄이 수정…재무건전성 숫자놀음, 재정관료 '도그마' 깨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세종시에서 열린 2019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페이스북
"국가채무비율 40%의 근거 뭐냐"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문은 일리가 있었다. 40%를 육박하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국민계정 기준년 개편(2010년→2015년)으로 30% 중반대로 뚝 떨어졌다. 국가채무는 그대로지만 분모인 GDP가 커지면서 비율이 하락한 것이다. 재정관료들이 마지노선으로 삼은 재정건전성 지표가 단순한 숫자놀음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6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민 계정 기준년 개편으로 지난해 명목 GDP가 종전보다 111조2281억원 늘어난 1893조4970억원으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비율,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등 GDP를 기반으로 계산하는 수치도 달라졌다.

당장 지난해 국가채무비율은 38.2%에서 35.9%로 하락했다. 2017년 국가채무비율은 당초 38.2%에서 36.0%로 떨어진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것)도 2017년의 경우 당초 -1.0%에서 -1.1%로 달라진다. 지난해 통합재정수지는 -0.6%로 바뀌지 않았다.

향후 전망을 반영한 수치도 줄줄이 달라진다. 기재부가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에 담긴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재정총량 효과 및 관리방안'을 보면 올해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는 39.5%다. 하지만 명목 GDP가 달라지면서 전망치는 37.2%로 떨어진다. 2020년은 40.3%에서 38.0%로 낮아진다. 41.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던 2022년 국가채무비율은 39.3%에 머무는 것으로 수치가 바뀐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에도 40%를 넘기지 못하는 것이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은 당초 올해 -2.3%, 내년 -2.3%, 2021년 -2.7% 등으로 나빠지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인 2022년 -3.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바뀐 명목 GDP를 반영해 계산하면 올해 -2.2%, 내년 -2.2%, 2021년 -2.5%, 2022년 -2.8%로 바뀐다.

기재부는 한은이 지난 4일 GDP 기준년 개편을 발표할 때까지 관련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리 알았거나 국가재정전략회의가 기준년 개편 이후였다면 국가채무비율 40%는 논란거리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 한은이 통계자료를 사전에 관련 기관에 제공하는 것은 극히 제한적으로만 가능하다. 통계법은 통계작성기관이 국제기구, 관계기관 등에 공표 예정일 전날 낮 12시 이후에만 자료를 사전제공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 이전에 누설했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5년마다 국민계정 기준년 변경 때마다 GDP 수치가 달라지고, 정부가 이에 맞춰 매번 관련 수치를 바꿔 정책 입안과 집행에 활용했다는 점에서 재정 당국이 한 치 앞을 보지 못하고 국가채무비율 마지노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는 데서 비판은 면키 어려워 보인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채무비율 40%에 집착하지 말라"고 한 것 역시 적절한 지적이었다.


더군다나 40%대 초반이 국가채무비율 관리 기준점이 된 것 역시 최근 일이다. 2002년만 해도 국가채무비율은 17.6%로 40%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국가채무비율은 2003년 20%, 2009년 30%를 돌파했다. 40%대 초반을 단순히 심리적인 저항선에 불과한 데다, 관련 수치 자체도 기준년 개편에 따라 요동을 친다는 것이 확인된만큼 더 이상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이 될 수 없는 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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