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동강맥주보다 맛없는 국산맥주, 달라질까

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 2019.06.05 04:00
광화문 인근 편의점내 맥주 판매대/사진=안재용 기자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국산맥주업계 호소에 맥주 세금 체계가 바뀐다. 3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세 가지 주세개편 시나리오에는 모두 맥주에 붙는 세금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4일 인근 편의점으로 나갔다. 국산맥주는 355ml 한 캔에 2000~2300원, 수입맥주는 25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500ml 캔은 국산맥주 1600~2700원, 수입맥주 2900~4400원에 판다.

'4캔에 만원' 묶음으로 구매하면 수입맥주는 500ml 한 캔당 2500원에 살 수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수입맥주 355ml 다섯 캔을 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현행 종가세 기준 국산맥주 과세표준에는 제조사 이윤과 판관비가 포함된다. 수입맥주 과세표준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들이다. 따라서 국산맥주는 리터당 세금을 91원 더 부담한다. 역차별에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국산업체 호소도 일리가 있다. 최근 5년간 국산맥주 출고량은 연평균 2.1% 감소하고, 수입맥주는 연평균 35.5% 증가했다.


하지만 세금 제도 때문에 수입맥주의 점유율이 올라가고 있다는 주장에 온전히 동의하긴 어렵다. '4캔에 만원' 묶음 판매는 2000년대 후반에도 있었다. 수입맥주 가격은 최근에 하락한 것이 아니다. 그만큼 국산맥주가 소비자 기호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얘기다. 영국 시사주간지 코노미스트는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맥주보다 맛이 없다고 평하기도 했다.

종량세는 도수·양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한다. 주세 개편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 뿐이다. 맥주 맛이 바뀌지 않으면 '-2.1% 대 35.5%'도 양상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주세가 개편되면 국산업체는 줄어든 세금만큼 개발비를 더 투자할 수 있다. 비쌀수록 많은 세금이 붙는 종가세 체계 때문에 어려웠던 고급 수제맥주 개발도 이젠 힘을 받을 것이다. 한 30대 수제맥주업자는 전일 공청회에서 "주세 체계 개정안이 2달이나 미뤄졌는데 빨리 제출하라"고 소리쳤다. 절실함을 원동력 삼아 맥주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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