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폴리페서 방지법' 사각지대 놓인 장관들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 2019.06.06 17:55

[the300]교수, 국회의원 겸직 '제한'·국무위원 사실상 '허용'…'"정치적 발언' 꼬집는 인사청문회 반복"

편집자주 | 직위는 하나인데 하는 일이 수십가지인 직업군이 있다. 장관, 수석비서관, 사외이사, 각종 단체의 요직을 하다가, 끝나면 다시 돌아갈 자리가 있는 대학 정교수다. 1년에 논문 1편 안써도 자리를 유지하고, 대학원생들에게 갑질하며 각종 혜택을 누리는 '한국 최고의 직업' 대학 교수 사회를 짚어봤다.

지난해 10월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던 환경노동위원회의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파행되자 바른미래당 김동철, 자유한국당 이장우 등 야당 위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이날 인사청문회는 조 후보자의 자료 미제출 건으로 김학용 위원장과 야당 위원들의 반발로 시작도 하지 못한채 정회됐다. / 사진=이동훈 기자

국회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폴리페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국회의원의 교수 겸직을 원천 제한했다. 법까지 뜯어고쳤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불씨는 교수직을 휴직 상태로 유지하는 국무위원들에게 옮겨 붙었다. 여야는 국무위원의 과거 정치적 행보를 두고 각각 ‘표현의 자유’, ‘정치 중립성 위반’이라며 소모적 논쟁을 반복한다.

국회법 제 29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원칙적으로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국무위원 △공익 목적의 명예직 △다른 법에서 의원이 임명·위촉되도록 정한 직 △정당직 등은 예외다. 여·야가 2013년 7월 본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또 국회의장이 의원들의 겸직 내용을 국회 공보나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겸직에 따른 보수 수령은 원천적으로 금지했다. 이에 국회 입성에 도전하는 교수들은 임기개시일 전까지 교수직을 내려놔야 한다.

이같은 법 개정은 정치쇄신을 요구하는 국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 추진됐다. 당시 여야는 별도 금지 규정 없이 의원의 겸직이 포괄적으로 허용되면서 과도한 특혜로 비춰진다고 입을 모았다. 법 개정으로, 안정된 생활을 포기하고 정치에 헌신하려는 교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평이 나왔다.

실제 20대 총선 당시 정치에 도전하는 교수들은 줄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4개 정당이 공천한 후보(비례대표 포함)들을 분석한 결과, 전·현직 국회의원과 법조인,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을 제외한 '정치신인' 교수는 총 58명으로 집계됐다. 주요 4개 정당 후보의 7.1%에 해당하는 것으로 19대 총선 대비 1.3% 포인트(p) 감소했다.

폴리페서의 국회 입성 제한을 강화하는 정치권의 노력은 이어졌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대학 총장과 학장, 교수, 부교수 등이 공직선거에 입후보하기 위해 90일 전 사퇴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문제는 교수 출신 국무위원이다. 현행 교육공무원법 44조는 교수들이 공무원으로 임용되면 교직을 휴직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겸직을 허용한다. 이 기간 학문적 중립성이 훼손되고 학생들의 수업권 역시 보호받지 못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7년 7월 교수가 국무위원 등 정무직공무원으로 임용될 경우 휴직을 금지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현재 해당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갈등이 반복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야당 의원들은 교수 출신 국무위원들이 다시 강단에 설 경우를 고려해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강도 높은 공세를 이어간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과도한 '재갈물리기'라며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임이자 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당시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SNS에 2012년 민주당 대선자문위원을 맡았다고 본인이 썼고, 이해찬 의원 선대본부도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후보자가 (박원순) 지지 참여 없다고 했는데 지지명단에 이름이 올랐다"며 "박 시장의 조직인 희망새물결 상임위원도 했는데 지지한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선거 기간 관계없는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자기 의사표명은 가능하다"며 "공직선거 기간 중 정치적 중립은 엄격하게 관리된다"고 말했다. 이어 "(물어서) 의사표현을 한 것이 '왜 했냐'고 돌아온다고 하면 표현의 자유, 학문과 관련된 것을 표현 못하게 하는 재갈물리기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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