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英방문 첫날, 테이블엔 200만원 와인…궁밖엔 시위대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 2019.06.04 13:29

트럼프 "역사적 국빈 방문 영광, 영국서 큰 무역 거래 가능"…엘리자베스 여왕 "공통가치가 우리를 하나로 묶을 것"

/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부터 국빈자격으로 2박3일간의 영국 방문 일정을 시작, 영국 측 환대에 감사를 표하는 한편,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맺게 될 양국 무역 협상에 대한 높은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영국 내부에서는 또 트럼프를 반대하는 시민 집회가 예고됐다.

◇백악관 "브렉시트 이후 대비…2월부터 야심찬 무역협정 준비"=지난 3일(현지시간) 오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주최의 만찬장에 턱시도 차림으로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이 역사적인 국빈 방문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2차 대전 당시) 나치 정권을 물리치고 폭정으로부터 시민들을 해방시킨 영국과 미국의 용감한 아들들에 대해 신께 감사한다"고 강조했다. 만찬을 준비한 여왕에 대해서 "위대한, 위대한 여성(a great, great woman)"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앞서 엘리자베스 여왕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5일, 디데이(노르망디 상륙작전) 75주년을 기념해 포츠머스를 방문할 것을 염두에 두고 "그날 이후 우리 양국 군인들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나란히 싸웠다"며 "우리의 공통 가치와 공유된 이해관계가 우리를 계속해서 하나로 묶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장 내 공식 발언을 통해서는 양국간 오랜 유대관계에 집중하는 듯했으나 만찬장 밖에서는 향후 이어질 양국간 무역 협상에 더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영국에서 족쇄가 걷어지면 큰 무역 거래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미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영국의 탈EU(유럽연합) 이후 미국과 진행될 무역협상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풀이됐다.

실제 그가 영국을 방문하는 동안 백악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영국은 미국의 가장 큰 수출 시장 중 하나이자 가장 큰 수입국 중 하나"라며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은 EU를 탈퇴한 영국과의 야심찬 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의 목표를 정리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미 '포스트 브렉시트'에 대한 협상 준비에 자신감을 보이는 모습에 영국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영국 자유민주당 소속 정치인 빈스 케이블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규칙 기반 질서에 바탕을 둔 '글로벌 브리튼' 전략 파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있다"며 "또한 그는 기후변화협정, UN무기거래조약 등 영국 정부가 많은 정치적 자본을 투자해 온 다자간 협정도 파기해왔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번 트럼프 방문에 앞서 우디 존슨 주영 미국 대사가 영국이 EU 탈퇴 후 추진할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대해 미국의 접근권을 요구하는 한편 현재 EU가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염소처리(chlorinated) 닭고기도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자 즉각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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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장 테이블 위엔 200만원짜리 와인이…궁 밖에는 100명의 反트럼프 시위대 '집결'=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여왕과 왕족 전체가 환상적"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의 실무여행(working trip)으로서 지난해 7월 영국을 방문한 바 있지만 왕실 만찬과 같은 화려한 행사가 수반되는 국빈 자격으로서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동행한 것은 물론 장녀 이방카 부부, 장남 트럼프 주니어, 차녀 티파니, 차남 에릭 등 4명의 성인 자녀를 모두 대동했다. 막내 아들인 베론만 제외됐다.

방영 첫날 트럼프 대통령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둘러보는 한편 찰스 왕세자 부부와 티타임을 가졌는데 가장 주목도가 높은 행사는 저녁 만찬이었다.

만찬장에는 찰스 왕세자 부부, 윌리엄 왕세손 부부 등 왕실 관계자는 물론 정재계 인사를 포함해 약 170명이 참석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 영국 에너지 기업 BP사의 헬게 룬드 회장, 엠마 왐슬리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대표 , 벤 반 뷰어든 로열 더치 셀 대표 등이 자리했다.

가디언, BBC에 따르면 식탁 위에는 물냉이 무스와 아스파라거스 줄기 및 체리 소스를 곁들인 넙치 찜, 허브소스, 봄채소, 포트 와인소스를 넣은 양고기, 레몬 버베나 크림을 함께한 딸기 과자, 과일과 커피 등이 올라갔다.

만찬 참석객들을 위해 내놓아진 적포도주 중에는 샤토 라피트 로쉴드(Chateau Lafite-Rothschild) 1990년산이 있었는데 이는 한 병에 약 1395파운드(209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만찬이 열린 버킹엄궁 밖에는 반(反)트럼프를 외치는 시민 100여명이 운집하기도 했다. 반트럼프 시위는 정식으로 4일 의회 광장 등을 비롯해 런던 도심에서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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