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감사에 감리까지 '이중규제'..비상장사 감사 지연 속출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 2019.06.04 16:05

비상장기업 엄격해진 회계 문제에 골머리…"기업 성장 전략 마련에 부담 가중" 지적도

#지피클럽과 엘앤피코스메틱은 올해 IPO(기업공개) 시장이 주목한 '초대어급' 화장품 기업이다. 두 회사 모두 마스크팩 회사다. 지피클럽은 지난해 매출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엘앤피코스메틱은 '메디힐'로 유명한 국내 대표적 마스크팩 회사다. 두 회사는 나란히 한 때 수조원 수준의 기업가치가 가능할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또 있다. 현재까지 2018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비상장기업에 대한 회계 관리가 깐깐해지면서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도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 등으로 성장 전략을 마련하는 데 애를 먹는 모습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여러 비상장기업이 이날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한 채 여전히 회계 감사 절차를 밟고 있다. 통상적으로 감사보고서는 기업의 주주총회가 열리는 3~4월안팎으로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기업들 사이에선 "예전보다 회계 감사가 더욱 엄격해졌기 때문"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우선 지정감사에다 회계 감리가 더해지며 '이중 감사'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정감사는 금융감독원이 일정한 기준에 따라 기업에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회사가 제출하는 감사보고서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하는 만큼 적정한 수준의 지정감사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상장 기업에 대한 회계감리가 확대되고 있는데다 감리를 의식한 지정감사가 이뤄지며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감리를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자료 증빙 요구를 지정감사 때부터 적용한다는 설명이다.

회계감리는 재무제표 신뢰성과 외부감사 공정성을 위해 금감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진행하는 별도의 회계 검사다. 비상장 기업에 대한 회계감리는 한공회에서 담당한다. 최근에는 IPO(기업공개)를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대부분 회계감리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비상장기업에 대한 지정감사와 회계감리 과정에서 자회사 지분구조와 회계상 연결 방법, 지분법 평가 방식 등에 대해 이전보다 깐깐하게 살펴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선 "감사 과정에서 회사가 도저히 확보하기 어려운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토로가 나온다.


회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기업은 신용, 거래처와 관계 등에서 어려움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IPO나 투자 유치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에는 직격탄이다. 외부 지정감사를 거쳐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무난하게 거친 기업이라도 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할 경우 공모 절차에 돌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IPO를 준비하는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다 보면 지정감사, 감리 등 회계 문제를 제일 먼저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상장사의 경우 내부에 회계 전문가가 없는 경우도 많아 지정감사나 감리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정감사와 감리 과정에서 감사인의 의견이 타당한지에 대한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모든 회사는 감사의견 거절이 나오면 타격이 엄청나기 때문에 감사인의 감사의견이 적절한지, 부당한 자료 요구가 있지 않았는지 점검할 필요도 있다"며 "전수조사가 어렵더라면 감사의견에 따른 피해가 큰 기업 일부에 대해서라도 따로 살펴보는 장치가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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