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미 "민간기업 여성임원 확대, 미투 해결의 또 다른 길"

머니투데이 대담=양영권 경제부장, 정리=한고은 기자, 사진=임성균 기자  | 2019.06.04 04:00

[머투초대석]"20대, 성역할 고정에 자유로워…청년참여플랫폼 통한 공론화로 성별갈등 해소 노력"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인터뷰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민간기업 여성임원을 확대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평등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빠르게 안착시키는 또 다른 방법입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해 9월 취임하면서 민간기업 여성임원 확대를 골자로 하는 '여성 대표성 제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을 때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간섭한다거나,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조장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롯데그룹과 메리츠종금증권, 풀무원 등 굴지의 기업들이 여성가족부와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을 맺고 각자 사정에 맞게 여성임원 목표 비율을 정하는 등 정책은 연착륙 단계에 접어들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 10 곳도 성별균형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진 장관은 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여성 대표성 제고가 궁극적으로 성평등 사회를 염원하는 '미투운동'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남녀 평등도를 높이는 게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저출산을 극복하는 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최근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이 남녀갈등으로 번졌습니다.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여가부 입장을 묻는 여론이 있습니다.

▶ 1인 가구 여성이 강력범죄에 취약한 현실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다만 여성부가 사건별 대응을 하다보면 끝이 없기 때문에 수사기관 수사를 지켜보며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저는 변호사이기도 합니다. 한 사건에는 다양한 사실이 담겨있습니다. 전체적인 사실관계가 나온 뒤에 입장을 밝히는 게 맞는 것 같다. 또 누군가 억울해질 수도 있으니 신중히 하고 싶은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입장을 요구받고 있어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사실이 아니었거나, 다른 사실이 나타나면 부처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비난을 받더라도 부처의 신뢰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에 대한 20대 남성 지지율이 낮아진 이유가 여정정책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동의하지 않습니다. 여성정책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나타난 결과에 대해 공격할 거리를 찾으면서 방송 가이드라인 전체에서 몇 페이지, 몇 가지 표현을 끌어내는 것입니다. 정책과정에서 나온 실수는 그에 맞게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몇 가지 표현이 여성정책을 대표하는 것처럼 취급하는 것은 전혀 균형에 맞지 않습니다.

페미니즘에 연관된 부서, 사람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성평등 현안 인식조사에 나온 다른 조사 항목에 대한 반응도 중요합니다. 20대 남성은 '여성 상사도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기성세대에 비해 성역할 고정화 문제에 자유롭습니다.

-남녀 양측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무엇이 있습니까.
▶여성부가 추진하는 민간기업 여성임원 확대 정책을 들 수 있습니다.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평등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빠르게 안착시키는 또 다른 방법입니다. 미투는 같은 조직 안에서 어떤 동료의 의식은 진전이 있는 반면, 다른 동료의 의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발생합니다. 회사 의사결정 구조 안에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면 성평등적이고, 수평적인 문화가 정착될 수 있습니다. 우회적일 수 있지만 미투문제 해결을 위한 또 다른 방법입니다.

6월부터 가시화될 '청년참여플랫폼'도 있습니다. 청년이 중심이 돼 사회 이슈와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정부 역시 남녀 모두의 목소리를 청취하면서 정책에 반영해나갈 계획입니다. 6월부터 지역 설명회를 통해 플랫폼 참여단을 모집하고, 하반기부터 정책제안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민간기업 여성임원 확대 정책이 기업에 대한 간섭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자율적인 협력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도적으로 성평등한 직장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여성임원이나 관리자 비율을 가족친화인증제 인증기준에 반영하는 인센티브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 민간기업 임원 중 여성 비율은 2.3%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25% 수준입니다. 우리는 50%를 바라는 게 아니라 2.3%에서 0.1%포인트라도 올려보자는 것입니다. 한국 500대 기업에서 여성임원이 한 명도 없는 곳이 328곳인데, 여기서 딱 한 명씩만 뽑아도 비율은 확 높아질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메리츠종금증권과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들은 이야기입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기업 내 성별균형을 높이 평가하고, 그런 기업 기사를 우선적으로 쓴다고 합니다. 성별균형이 글로벌 경쟁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 등 10개 경제단체가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 체결에 참여했는데, 사실 놀라기도 했습니다.


여성 임원을 늘리면 단기적으로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을 때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의사결정 과정에 양성의 관점을 균형 있게 반영하는 게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가족친화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북 완주에서 트랙터를 만드는 중소기업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직장 어린이집이 정말 잘 돼있었습니다. 자율 출퇴근제도 운영하고 있었는데 직원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습니다.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데, 좋은 인재를 뽑아올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인터뷰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남녀 평등도가 시급한 문제인 출산율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요.
▶성평등도가 높은 프랑스만 봐도 명확합니다. 합계출산율이 우리는 1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프랑스는 2를 넘고 있습니다. 한국은 여성들의 대학진학률이 높은데 직종 안에서 남녀 임금격차는 더 벌어져 있습니다. 진전과 지체, 또는 퇴보가 혼재돼 있는데, 긍정적 변화의 방향으로 계속 가야 합니다.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예측하지 못한 디지털성범죄 피해가 나타날 수도 있는데요.
▶다행스러운 것은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올해 12월부터 특수법인으로 전면 개편되면서 고용구조도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술측면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관심을 가져주고 있습니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여가부, 과기정통부, 경찰청이 함께 디지털성범죄 예방 관련 아이디어·기술 공모전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문제가 잘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소비문화' 때문입니다. 절망감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유사사이트가 계속 생기고, 불법 영상물에 붙이는 명칭을 빠르게 바꿔가며 단속을 피해가는 기술이 발달하고, 또 그걸 찾아가서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선도적으로 고민해서 그 차이를 단축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후속 조치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요.
▶임신중절 관련 제도 개선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여성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모자보건법 등 관련 법률이 여성의 건강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하려고 합니다.

청소년 등 임신과 관련된 위기, 갈등상황에 처한 여성에 대한 상담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8월부터 위기임신상담을 포함한 가족상담전화 시범운영을 실시하고 24시간 동안 임신, 출산 문제들을 상담하려고 합니다. 심층상담이 필요한 경우 건강가정센터 전문상담사와 연계해 지원하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임신위기상황에 있는 여성이 출산을 한 이후부터 지원을 할 수 있었는데, 상담 서비스가 운영되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직 국회의원으로서, 내년 총선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총선은 생각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장관 취임 후) 9개월째 새벽 3시면 눈이 똑 떠집니다. 현안들이 너무 많아서 선거에 마음 뺏길 수 없을 정도로 잠도 못 자고 걱정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선거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여가부가 처한 상황에 도움 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여가부가 계속 발전해갈 수 있도록 국민들께서 더 잘하라는 질책과 함께 따뜻한 격려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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