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코드, 오히려 게임 과몰입 악화시킬 것"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김지영 기자 | 2019.06.03 04:00

위정현 공대위원장 "질병코드 도입 각종 부작용 유발… 과몰임 '음성화' 현상 초래

게임 질병코드 반대 공대위의 위정현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서진욱 기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도입한다면 오히려 게임과몰입 문제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규정하면서 게임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발족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중심으로 질병코드 국내 도입 저지에 나선 상황.

공대위원장을 맡은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사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게임과몰입 현상은 극소수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질병으로 규정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질병코드 도입은 게임 과몰입 문제의 음성화와 사회적 낙인 등 부작용을 초래할 뿐 청소년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질병코드 도입으로 게임과몰입 문제가 음성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위 위원장은 “병원에 가서 게임이용장애 진단과 치료를 받으면 평생 진료기록이 남는다”며 “정신질환자 낙인이 찍히는데 어떤 부모가 자녀를 병원에 데려 가겠냐”고 말했다. 이어 “약 먹으면 게임을 하지 않을 것이란 그릇된 인식이 퍼지면 불법 약물 거래 같은 부작용만 유발한다”며 “상담 받고 약 먹는다고 게임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도대체 어디 있냐”고 따졌다.

위 위원장은 극소수 게임과몰입 사례를 앞세워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는 일부 정신의학계가 게임 질병코드 논란을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건복지부가 질병코드 도입을 위한 기준 정립, 관련 연구가 진행되면 게임과몰입 진단을 위한 검사체계, 의료진 학교 배치 등 막대한 예산이 정신의학계로 투입된다”며 “질병코드 도입으로 돈을 버는 집단이 명확한 상황에서 순수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게임 과몰입 종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청소년 15만2064명 중 과몰입 비중은 0.3%에 불과했다. 과몰입위험군(1.5%)을 포함해도 전체의 2%를 넘지 않는다. 전국 50곳의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서 2015~2017년간 인터넷·게임중독자로 등록한 인원은 연도별로 187, 169, 228명에 불과하다. 위 위원장은 “게임 중독론자들은 2012~2013년 게임중독을 법으로 규정하려는 시도에 나선 바 있다”며 “당시 게임 전체를 적으로 돌려 실패한 경험을 바탕으로 게임과몰입으로 전선을 축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임산업협회, 게임학회, 게임물관리위원회, 영화학회, 애니메이션학회 등 콘텐츠 산업 단체들과 게임 관련 학과 등 90개 단체들이 공대위에 참여했다. 공대위는 게임 관련 부처들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 구성, 보건복지부 항의 방문, 국내외 공동연구 추진, 질병코드 국내 도입 시 법적 대응 등에 나설 방침이다. 파워블로거, 유튜버들과 연대해 대국민 캠페인에도 본격 돌입한다. 위 위원장은 “공대위 구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질병코드 반대 여론이 게임업계를 넘어 폭넓게 형성됐다”며 “이런 여론을 무시한 채 질병코드 국내 도입을 강행한다면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위 위원장은 “게임과몰입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려면 게임에만 매달리게 만든 환경 요인에 대한 분석과 개선이 필요하다”며 “질병으로 규정해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주장은 무책임하고 단편적 사고”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뭇잎이 시들었다고 나뭇잎만 잘라내면 된다는 게 질병코드 도입론자들의 주장”이라며 “나무를 살리려면 뿌리와 생장환경을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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